할매.. 나 영아야. 할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영아... 오늘 할매 있는 곳에 다녀왔어. 거기에 할매가 정말 있는지 나 보고 싶었어.. 오늘 할매 가는 데, 못가봐서 정말정말 미안해.. 내가 가기 싫어 안 간 게 아니라는 거.. 할매 잘 알지? 그렇다고 엄마나 아빠 미워하지는 마.. 엄마, 아빠도 그러고 싶진 않았을거야. 아빠도 그랬어.. 할매 묻으면서 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왔다고.. 나한테 죄 지었다고.. 나 할매 가는 거 정말정말 보고 싶었는데.. 할매가 나 많이 좋아했잖아. 그지? 반지 보면서도, "이거 나 죽으면 우리 영아 줄거다."그랬었고.. 친척들 다 와도 나만 오라고 해서 몇 번 씩이나 접어서 꼬불쳐둔 돈 내 두 손에 꼭 쥐어 주고.. 근데, 나 작년에 할매한테 갔을 때.. 나보고 "우리 은영이냐?"했을 때.. 너무너무 슬펐어. 할매가 그렇게 부르는 영안데, 내 얼굴도 못 알아보고.. 그 때 할매 갈 때가 다 됐구나.. 생각했었어. 할매 죽기 전날 나 기분이 이상했어. 정찬준이라는 선생님이 계시거든? 근데, 그 선생님이 암으로 돌아가실 지도 모른대.. 그 소리 듣는 순간 할매가 생각났어. 할매가 죽으면 난 어떨까? 많이 슬플거다..생각했는데. 어때? 거긴 좋아? 할아버지는 만났어? 엄마 말대로 저승길도 다리가 불편해서 못가는 건 아니지? 그렇지? 우리 할매.. 고생많이 해서 죽어서는 편하게 잘 지낼거야. 그지? 거긴 좋지? 때리는 삼촌도 없잖아.. 할매 많이 맞았어? 엄마 말대론 할매 몸에 멍이 많았다던데... 멍이 시퍼렇게 그렇게 많을 정도면 얼마나 많이 맞았을까... 작년에 서울에 갔을 때. 할매가 우리 따라서 그렇게 여기 내려오고 싶어했던 이유를. 이젠 알 거 같아. 그 땐 그냥 죽어도 여기서 죽고 싶은가보다.. 생각했는데. 삼촌이 많이 때려서 그랬던 거지? 그래도 삼촌 너무 미워하지 마. 삼촌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닐꺼야.. 알지? 처음엔 삼촌도 잘했잖아, 할매한테.. 너무 미워하지 말고, 모두 할매 핏줄들이니까.. 거기 가서는 우리 모두 잘 보살펴줘. 알았지? 엄마가 많이 슬퍼해. 집에 와서 울었어.. 할매한테 못해준 게 너무 많다면서.. 할매 저승길도 다리가 불편해서 못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할매 불쌍한 사람이라면서..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밤에 무 캐고 오는데, 도둑질했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산 사람이라고.. 할매가 꼭 우리 가게 한 번 와 봤어야하는 거였다면서.. 와서 우리 가게 봤으면 우리 딸 돈 많이 벌었네.. 물건이 참 많기도 많다..면서 대견하다 했을 거라고. 좋아했을 거라고. 우리 엄마 마음 이해하지? 엄마는 할매한테 너무 못해준 게 많대. 할매.. 우리 엄마가 할매한테 섭섭하게 하고, 못해준 게 많아도. 우리 엄마한테 너무 서운해하지마. 누구보다도 마음으로는 할매 생각하고, 걱정한 사람이잖아. 우리 엄마.. 나 수능끝나면 우리 집에서 모시고 싶다고, 아빠한테 "그래도 되죠?"라고 물어보고 했어.. 아빠도 할매 죽기 전에 꼭 우리가 한 번 모시고 살자고 했었고.. 근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 버리면 어떻해? 조금만 더 참고 나랑 같이 살다가지... 나 시집가는 거 까지 보고 간다했으면서... 할매가 땅에 묻히고 나서 얼마 안되서는 집안이 난리가 났어. 풍비박산이었어. 세상에 삼촌들이랑 숙모들이랑.. 한 집도 안 빼고, 싸운 거 있지? 남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어.. 모두들 자기들만 잘났대..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면 될텐데.. 한심하지? 할매, 그 꼴 더 안보고 빨리 간 게 어찌보면 잘 된 일일지도 몰라. 그지? 아무래도 우리 식구들 모두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을 거 같아. 그래도 우리들은 그러지 않을게. 현이 오빠랑 다 같이 사이좋게 살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할매. 나 할매 많이 좋아했던 거 알지? 거기 가서는 울지 말고, 푸념 늘어놓지 말고... 잘 살아. 알았지? 내가 할매 자주 찾아갈게. 명절때도 찾아가고, 할매 생각날 때 마다. 힘든 일 있거나. 슬픈 일 있을 때면 찾아갈게.. 할매. 행복하게 살고, 거기서는 허리 꼿꼿이 피고, 잘 걸어다녀.. 알았지? 그래서 좋은 곳 다 구경하면서.. 할매. 사랑해.. 그리고 할매 가는 거 못 본 게 나 평생 한으로 남을 거 같아.. 할맨 너무 서운해 하지 말어. 알았지? 할매.. 이 세상에 미련 갖지 말고, 편하게 잘가.. 편하게... 좋은 세상으로....
루이스 다시 내게 돌아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