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시험이 있었습니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 독학(?)으로 인터넷에서 자료 찾아가며 공부해서 필
기에 합격하고 이번엔 실기를 봤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토요일 새벽 큰딸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
기 시작하데요. 시험은 다 봤다싶었는데 해열제 먹고 한숨
자고 나니 엄마를 살려 주느라 열이 내렸더군요.
아이들을 누구에게 맡길까 하다가 30분 밖에 안되는 시간
이니 학교 교정에서 잠깐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 두 딸을
데리고 시험장소인 학교로 갔더니 그곳에 두번째 난관이 기
다리고 있을 줄은...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아이들만 학
교 교정에 두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겠느냐고.
30분 정도 저희끼리 있을만 하니 데려갔을텐데 정문을 막
고 서는 그 아저씨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 입장이 이해되
기도 했습니다. 참 난감하데요.
두 아이 손을 잡고 조금을 걸으니 아주 가까운 곳에 그
동네의 동사무소가 있고 그곳 인터넷부스에서 초등학생인
듯 보이는 아이들이 여럿 놀고 있더군요.
그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컴퓨터도 하고 있으면 엄마가 시
험 끝나는대로 달려오마고 약속을 하고 시험장소로 향했습
니다. 고맙고 대견하게도 아이들은 다녀오라고 고개를 끄덕
여 주더군요.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부랴부랴 나오니 동사무소에 있어
야할 아이들이 정문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와 서 있었습니
다. 낯설으나마 언니, 오빠들이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모
두들 집으로 가 버리고 나니 마음여린 큰 아이는 무서운 생
각이 들어 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시험보
러 간 초등학생 딸을 기다리던 그 아주머니가 달래서 정문
으로 데리고 오셨다고 하더군요.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하고 두 아이 손을 잡고 돌아
오는데 딸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처녀시절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았는데 결혼하고, 연년생
인 두 아이 낳아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 키우고 하다보니
모두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는데 아이들이 웬만큼 크다보
니 내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 싶
어 택한 것이 워드프로세서 시험이었는데 그것마저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그나저나 잠깐 동안이라도 미아(?)로 만들어서 엄마가 너
무너무 미안하고, 하늘 땅 땅만큼 사랑한다고 우리 태희와
태윤이에게 전해주세요.
아, 신청곡!
우리 태희가 좋아하는 노래, ''짱가''
아님, ''미안해요''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시간이 되면 들려주세요.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