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부싸움이 생각나네요. 김광석씨를 무척 좋아하던 저는 94년 가을, 광주에서 콘서트가 있다기에 남편에게 함께 가자고 하였지요. 결혼한지 겨우 한 달이 조금 지났으니 아직은 콩꺼풀이 든든하리라 믿으며 o.k.를 기대했는데...
"돈이 없지, 가수가 죽냐?"
내가 왜 이런 멋없는 남자와 결혼을 했나 후회하면서 치른 첫 전투(?)는 불행히도 패배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9시 뉴스에 님의 별세 소식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날 밤, 남편은 저에게 일방적으로 완전히 깨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돈보다도 장거리 출퇴근 하는 아내의 고단함을 배려한 것임을 알았지만 제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을 김광석님의 콘서트를 놓쳐버린 아쉬움이란..... 해서 콘서트라는 단어는 제게 그날의 처절했던(?) 첫 부부싸움을 떠올리는 부표와도 같습니다.
방송을 듣다보면 콘서트 초대권을 받아든 청취자의 머리위에 꽃불처럼 환히 드리울 기쁨과 설레임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아직은 어린 쌍둥이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훗날만을 기약합니다. 참, 4,5년 후에도 유가속이 건재하시겠지요?
참, 그 날 이후로 남편은 절대로 가수가 죽느냐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답니다.
님은 가고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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