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자식 키워놔 봐야 말짱 헛이라네요.
정효숙
2001.11.04
조회 40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할까요?
저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입니다.
세상에 절 있게 해 주신 저희 어머니 생신을 잊어버렸으니깐요.
그것도 올해가 환갑이신데 말이죠.

저는 일남 삼녀중에 막내에요.
늘 위로 언니 오빠들이 있으니 전
집안 일 하나하지 않았고, 고생안하고 자랐답니다.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엄마 아빠 생신도 모를정도로 말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언니 오빠들이 있으니깐 전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 이었던 거였죠.
그리고 여태껏 학생이였으니
저게 바라는 건 더더욱 없었구요.

그런 제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의 생일이 음력 9월 22이거든요
(그래서 핸드폰 번호도 0922에요..)

오늘 엄마가 외출을 하는 저에게 그러시더라구요.
어딜가는데. 집에 좀 있지.
그래서 전 아무생각 없이
응 친구 생일이라서..선물도 사야되고,
오랜 만에 볼링 한 게임만 치고 올게.
라구 말입니다.

그 때 엄마가 제게 하시는 말씀이 뭔지 혹시 아세요?

에라이 이것아, ~ 니는 엄마생일인데도 양말한짝 안 사오면서,,,

그 순간 얼마나 찔리던지.
빨리 돈 벌어 김치 냉장고 사드린다고
말로만 맨날 떵떵거렸지..

참 여태 해드린게 뭐가 있는지.
속만 더 썩혀 드려서 정말이지 죄송하더라구요.
그리고
딸자식은 다 키워 놔 봐야 소용없다는 걸
저두 느끼겠더라구요.

제가 정말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죠?
그 친구가 부산에 살기 때문에 자주 볼수 도 없고
원래 눈에 뭐가 씌이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 다고 하잖아요.

아저씨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신 진심으로 추카추카 드린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아참~ 그래도 우리 오빠 생일도 추카많이 해줘요..

싸늘한 날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그럼 이만.



경북 안동시 북문동 60번지
054/857/1516
박 영 (어머니 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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