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월의 어느 무더운 날의 일입니다.
문학 동아리 수업이 있던 날...
그 이틀 전의 일이죠. 평소에 모든 일에 협조적이고 소탈
한 인품으로 동료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던 동아리의 한 문
우가 갑자기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날 침울한
분위기 속에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한데 공교롭게도 그 사실을 미처 몰랐던 교수님께서 그날
의 교재로 준비해온 시가 하필이면 그 문우와 동명인 분의
시였습니다.
거기에 내용마저 그 문우의 운명을 예감한 듯한 것이어서
순간, 그 기막힌 우연의 일치에 모두들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맛보아야만 했었죠.
심지어 그날 지각했던 몇몇 문우는 그 작품이 고인이 된 동
료의 유작인줄 알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시라며 크게 놀
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치곤 넘넘 기가막힌 그 하루였죠.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스산한 느낌이 드는 날씨여서 그런가
요. 인생에 대해 한번쯤 생각케 하는 이 시가 더욱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 김 재 진 -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문명진 : 상처
++++++++++++++++++++++++++++이은미 : Sunflower
++++++++++++++++++++++++++++++++++++++안치환 : 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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