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하순의 어느 날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절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느닷없이 비행기표 예매해 놓았으니 부산에 가자는 것이었
습니다.
이틀 후 우린 나른한 일상을 떨치고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부산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려든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던 해변(해운대)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한가롭기만 했습니다.
그때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소설가 김성종님의 추리문학관
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받은 충격이란...
추리소설 1만3천 권과 일반문학, 아동도서 및 참고도서, 외
국원서, 기타도서 등 총 3만5천여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있
는 그곳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
일무이한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이라구요.
2,3,4층 열람실에서 앉아 바라본 눈앞의 전망은 한마디로
장관이었습니다.
어느 분위기 있는 바닷가 찻집에 와 앉은 듯, 끝간데 없이
펼쳐진 망망대해가 시야 가득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전망
빼어난 그곳...그런 운치있는 곳에서 책의 숲에 둘러싸여
만나게 되는 많은 양서와의 만남...
그것은 진정 한 폭의 그림이요, 근사한 영화의 한 장면이었
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그런 게 서울 한 복판에 있으면 얼마나 좋
겠냐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도서관도 아니고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마련한 그곳이 이용객들이 너무 없어
텅텅 비다시피 한 것을 보자니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었습
니다.
너무 후미지게 앉은 지리적 여건 때문인지 정말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더군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지원이 전무한
사립도서관의 성격상 최소한의 운영비는 자체적으로 해결
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러자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그곳을 찾아 주어야 할텐데...
그날 본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통 뜸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그곳이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문을 닫는 불상사
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 유가속 가족들도 언제 부산에 갈 일이 있으면 그곳에
한번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이용 요금은 성인은 3000
원이고 학생은 2000원이었습니다. 물론 미취학 아동은 무료
이지요.
그 이채로운 문화공간으로의 나들이 경험은 정녕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도록 자신의 추억창고 한켠에 자리할 것임을
장담합니다.
아래 글은 3층 열람실 벽 한켠에 써 붙여진 것으로써 내용
이 좋아 받아 적어온 것입니다.
>>>>>>>>> 걸어 보지 못한 길 <<<<<<<<<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덤불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난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했지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 했으니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
엽에 덮여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
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를 할 것입
니다.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라고
- 로버트 프로스트 -
+++++++++++++++++++녹색지대 : 준비없는 이별
+++++++++++++++++++ `` : 그래 늦지 않았어
+++++++++++++++++++ 포지션 : 후회없는 사랑
+++++++++++++++++++ 빌 리 : 카리스마
+++++++++++++++++++ 이정현 : 미 쳐

쪽빛 바다가 두 눈 가득 환하게 들어오는 도서관...
등대지기
200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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