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참여> 그 친구의 첫 사랑
김지은
2001.11.27
조회 44
언제였던가요. 꼽아보니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아르바이트때문에 종종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동생에게 선물이라도 할까 싶어 들른 학교 앞 레코드 가게에서 그 친구를 만났지요. 친구는 같은 음반을 꽂았다 꺼냈다 하며 한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구나."
인사도 없이 대뜸 그렇게 말을 건넸던 건 그 아이의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말없이 친구의 손에 들린 음반을 사들고 함께 가게를 나왔지요. 찻집에 들어가서도 말을 아끼던 친구는 한참만에야 사랑하는 선배에게서 헤어짐을 통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캐롤이 가득한 학교 앞 밤 거리를 늦도록 걸어다녔습니다. 세상의 연인들이 활짝 웃으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날에 가장 지독한 통보를 보낸 그 사람때문에 내내 우울했습니다. 그를 불러다 친구대신 속이 후련할만큼 악담이라도 해주었으면 좋았겠지요. 하지만 제가 기껏 생각해낸 위로란 그저 친구와 함께 걷는 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나이, 스물 한 살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그보다 더 힘겹고 어려운 고비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때 우리에게 첫사랑이 스러지는 일은 세상이 스러지는 것처럼 아득하고 힘겨운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친구는 지금은 장학금을 받으며 타국에서 씩씩하게 유학생활 중이랍니다. 저도 어느덧 귀여운 아기와 따뜻한 남편을 아끼며 살아가는 주부가 되었습니다. 올 겨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그 친구와 함께 이 노래를 들어야겠습니다. 유리알처럼 조심스럽기만 하던 우리들의 스물 한 살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친구가 음반 가게에서 만지작거리며 꼭 내마음 같다고 되뇌이던 그 노래를 신청합니다.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부탁드립니다.


주소 : 서울 서초구 서초 2동 우성 아파트 7동 1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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