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거두고 난 논에서 마른 볏짚 냄새가 난다.
깨를 다 털고 났는데도 밭에 쌓아 둔 깻단에서 고소한 냄새
가 번져 온다. 이렇게 짙은 국화 향기는 어디에서 나는 걸
까. 이 근처 어디에 들국화가 피어 있나,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노란 애기들국화가 다복다복 모여 피어 있다. 그대
있는 곳에는 지금 무슨 향기가 나는가. 골목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을 그대는 이 저녁 무슨 향기를 맡고 있을까.
그대가 사랑하는 이는 오늘 하루 무슨 향기를 기억하고 있
을까. 향기도 냄새도 전혀 맡을 수 없는 것들만 만지며 또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는가.
노을 곱게 드리운 분홍빛 하늘 위로 물오리 몇 마리가 함
께 머물 곳을 찾아 나란히 날아가는 게 보인다. 억새풀들
이 하얀 머리칼을 날리며, 사는 게 이렇게 조금은 쓸쓸한
일이라고 말하는 듯 빈들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
다. 그대 있는 도시 건물들 사이로는 무엇이 보이는가. 사
람의 숲에 같혀 하늘도 노을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그대 사랑하는 이는 이 세상 어떤 눈썹보다도 고운 초저녁
달이 미리 나와 저녁 하늘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을까.
나뭇잎 바람에 몸을 씻으며 서로를 위로하는 소리가 들린
다. 먼저 지상에 내린 플라타너스 잎이 가벼워진 몸을 끌
고 가며 이 지상에 남기는 마지막 목소리가 들린다. 개울물
이 자갈돌을 만나 모난 곳을 버리라고 말하며 아래로 아래
로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대는 지금 무슨 소리를 듣
고 있는가. 들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
가. 그대가 사랑하는 이는 무슨 소리를 가까이 하며 살고
있는가. 그대 사랑하는 이에게 익숙해져 있는 소리는 당신
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소리인가.
국화잎을 만졌더니 손에서 국화냄새가 난다. 과꽃 봉오리
를 손가락으로 쓸어 보았더니 진한 보라색. 자주색 과꽃빛
이 물들 것 같다. 느티나무 잎에서는 느티나무를 사랑하던
바람소리가 느껴지고 갈참나무 등걸에서는 세월의 두께가
만져진다. 그대 손에는 지금 무엇이 들려 있는가. 딱딱한
물건이나 짐승의 가죽은 아닌가. 금속성이 들려 있다면 그
걸 가만히 내려놓으면 어떨까. 그대 사랑하는 이도 싸늘한
것을 만지며 살고 있지 않는가. 그리하여 차갑고 경직된 것
을 편안하게 여기며 목소리에 금속성이 배어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대 부디 삭막한 곳을 지나더라도 마른 꽃향기를 만나기
를. 회색 콘크리트를 덮은 담쟁이 잎을 찾아보고, 가슴 적
시는 악기소리에 잠시 젖어 있기를. 보도블럭 위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라도 손에 주워 들고 걸어가기를.
그대 어디 있는가/도종환
<좋은생각>에서 발췌
영재님께서 어제 오프닝 멘트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은 "개근상을 가장 최고로 친다"고..
우리 아이는 12년 개근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현재 고3인 아들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껏 결석을 한
번도 안 했죠.
그 성실성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만큼 건강도 받쳐 주었다는 의미
로 해석되기도 하기에 어미로서 얼마나 감사한 지...
그렇습니다.
오는 2월 졸업식 땐 그런 아이에게 엄마로서 상을 하나 내
릴까 하는데 어떠신지요.
영재님, 상으로 무엇을 주면 좋을까요?
의견 부탁 드립니다.
받아주십시오. 신청곡..
유가속을 통해 알게된 노래, 넘 좋은 그 노래.
박상민의 허리케인 투나잇 ..
약 열흘 전쯤 유가속에서 처음 그 노래를 듣고 넘 좋은 나
머지 나중에 꼭 한번 청해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
다.
들려 주시지요.

그대 어디 있는가
네기녀
200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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