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화비평
글쓴이: 추태화 조회: 3389 추천: 16 2002-01-28 07: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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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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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그는 과연 누구인가. 어느 날 낯선 한 젊은이가 대중 앞에 불쑥 나타나 춤추며 노래부를 때, 그 젊은이가 젊은이들의 영웅이 되고, 스타가 되고, 어느 친구보다 절친하게 느껴질 어깨동무가 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드디어 그가 청소년 금연운동 홍보대사가 되고, 여타 사회적인 선량한 이미지로 만인의 사랑받는 스타가 될 때, 유승준, 유승준을 외치며 환호했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그렇게 "좋은 친구 유승준"을 외치던 사람들이 "나쁜 놈 유승준"으로 질타하며 손가락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 솔직히 유승준을 나무라고 싶지 않다. 유승준이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 하루 아침에 나쁜 편으로, 부도덕한 나라로 몰아 부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진정한 팬이라면 배신의 손가락질을 거두고 찬찬히 "유승준"을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유승준, 상대적으로 보기:
어떤 칼럼니스트는 유승준을 차인표와 비교시켜 비판한다. 차인표씨는 군대도 갔다 왔고, 더구나 최근 외국 영화사에서 007시리즈로 엄청난 조건의 개런티와 배역을 제안했는데, 대한민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이다. 유승준은 그렇지 못하므로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상대적인 평가만을 우선한다면, 유승준은 차인표에 비해, "나쁜 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상대적으로 보자면 다른 면에서 유승준은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유승준은 우선 여느 인기연예인처럼 여성 스캔들을 내지 않았다. 요즘에 삼각관계로 헤어지고, 울고 불고, 실연이니 배신이니 스포츠 신문 연예기사를 달군 사람들처럼 그렇게 정서불안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여탈렌트가 벌인 스캔들처럼 슬금슬금 마약을 먹어가며 남의 사람과 놀아나는 추태도 보이지 않았다. 또는 심야 음주단속에 한번 걸리지도 않았고, 폭행사건에 연루되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의 유승준은 만점에 가까운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간직해 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자면 어느 누구보다 당당하게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는 가수인 것이다.
유승준의 상대적 우위를 다른 면에서 찾자면 수도 없이 많다. 유승준은 우리 사회를 떠들써하게 만든 무슨 벤처회사 사장도 아니었고, 그래서 정계, 재계 희안하게 엮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그런 희대의 사기극의 원형도 아니었다. 무슨 보물섬이니, 보물찾기니 사람들을 선동하여 나라까지, 청와대까지 구설수에 오르게한 어떤 분의 처조카처럼 그렇게 식구들 욕먹인 짓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유승준을 상대적으로 보자면, 천인공노할 짓을 한 윤뭐시기가 아내를 살해하고, 그 죄명을 은폐하기 위해 국가정보기관까지 끌어들이고 그리고는 돈으로 매수하고, 술로 사람 옭아매서는, 오히려 자신을 이데올로기의 희생으로 연극을 꾸민 역사적 살인극에 나서서 춤춘 사람들처럼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승준처럼 인터뷰를 많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지만, 몇 해전부터 국가적인 청문회나 공청회에 나와 메아리처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잊었습니다, 음해하려는 수작입니다, 역사가 밝힐 것입니다"는 둥 헛소리를 내뱉은 자들처럼 그렇게 부끄러운 청문회에도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마디 하려면, 정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겨다니는 철새 정치인들처럼 이 매니저, 저 매니저로 옮겨다니는 철새 가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들이 시퍼렇게 눈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다른 당으로 간 적도 있었다. 정치가 정치인 꿔주고 되받는 오자미 놀이인 줄 알았나 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대통령 후보를 위한 경선에서 "저는 경선에 절대 복종하겠습니다."고 해놓고 절대 복종 안하고, 게다가 다른 당으로 가서 무슨 위원이니 감투를 쓰고 안잖는 위인들은 과연 유승준에게 가서 그 인격의 고결함을 배울 일이다. 유승준은 최소한 그런 유치한 게임은 안 했기 때문이다.
유승준의 부모님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아는 바 없지만, 정상적인 이민자였다는데) 요즘 파렴치한 사람들처럼 미국행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한국에서 배불러 가지고 미국에서 애낳는 이해하기 힘든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그래서 속지주의에 의한 미국 국적을 받으면 나중에라도 미국행이 쉽다는 속셈에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출산행 미국여행이 늘고 있다는데, 유승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실망한 팬들은 사태를 더 큰 시각에서 보았으면 한다. 우선 유승준을 포함한 미국 이민자들의 최종 도착지는 시민권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이민한 나라에서 당당히 살기 위해서는 시민권을 얻어야 한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합중국이 아니던가.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은 자연스런 과정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애초에 왜 군대 간다, 시민권 포기 운운했냐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국민을 속였다고 야단들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대 유승준은 대한민국 국민을 속인 일이 결코 없다. 속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속은 것이다. (다음엔 또 누구의 무슨 스캔들로 속았다고 야단을 떨 것인가.) 유승준은 대한민국 국민을 속일 수 없다. 대한민국은 한 개인의 군대 문제로 속았다고 실망하고, 흥분하고, 열낼만큼 그런 좁쌀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 땅의 민초들로 수천년 동안 역사를 지켜온 대단한 민초의 나라이다. 그런데 가수 한 명의 군 입대 문제를 가지고 국민을 속인다는 둥, 과장해서 떠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흥분하는 사람들 자신이 천박해지기만 한다.
유승준은 자유인이다. 자유인은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유승준의 선택은 더구나 남들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이민을 떠난 사람이고, 해외거주자로서 자기 인생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 온 것이다. 우리는 해외동포로서 그가 안고 있는 고민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원시적으로 질타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팬들의 수준과 아집만을 드러낼 뿐이다. (또는 유승준이 이렇게 결정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전혀 상상도 못했단 말인가.) 사랑도 지나치면 미움이 된다 했으니 지금 이 때 참고해 볼 일이다.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그의 노래까지 싫어진다는 논리라면 지금 당장 모든 라디오, 모든 공중파 방송, MP3, 인터넷, 녹음기 등등에서 외국노래를 제거할 일이다. 모순도 이만 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한 젊은 가수를 단순한 감정으로 죽이지 말기 바란다. 더구나 그 일에 팬이라고 자처한 사람들이 나서서 춤추지 말기 바란다. 유승준의 음악과 노래가 더욱 빛을 발하도록 격려하고 들어줄 일이다.
차제에 유승준은 세계인을 위해 노래하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무대도 세계로, 세계로 확대시켜 나가길 바라며, 부디 앞으로 펼쳐나가는 가수로서의 삶에 오점을 묻히는 일 없기를 바란다.
유승준 어떻게 볼것인가? (강추) 제작진 꼭 보세요.
강수찬
200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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