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칼럼] , '착한 청년' 유승준 '유죄'
전여옥
2002.01.30
조회 133
가수 유승준이 군대가기를 포기했다. 물론 이것은 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고 유승준 역시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 나는 국제화시대에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국적을 얻었다해서 무조건 애국자라거나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승준의 국적은 유승준이 표현했던 ''신성한 책임'', 즉 병역의무가 뒤따르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한 인간으로서 그의 자세와 인격을 동시에 묻는 선택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승준의 처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이 속았다, 배신이다 라고 분개하는 것은 그동안 유승준이 우리앞에 드러낸 이미지 때문이다. 마치 황수정이 마약투약혐의로 애인의 오피스텔에서 구속되는 뉴스를 지켜봤을 때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은, 특히 남성들은 그동안 간직해온 ''예진아씨''의 이미지가 박살난데 대해 더욱 분개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볼 때 황수정은 죄가 없다. 황수정은 극중인물인 예진아씨를 실감나게 연기했을 뿐이지 ''나는 예진아씨의 붕어빵이랍니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괜히 헛물 들이킨 팬들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유승준은 유죄이다. 유승준은 스스로의 이미지를 ''착한 청년''''아름다운 청년'' ''착실히 예수믿는 청년''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일관되게 전달해왔다. 댄스연습을 하기 전에도 함께 모여 기도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온갖 인터뷰마다 ''이 영광을 주님께-''라고 강조했다. 그의 종교를 믿지 않는 나로서는 불쾌했다. 개인적인 종교를 공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것은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릇 신앙이란 고요한 자기성찰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나의 생각이고. 어쨌든 유승준이 착실하고 반듯하게 살려는 순진한 청년이라고 넓게 이해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기독교신자 유승준에게 더욱 더 실망했다. 기독교는 자기희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옛날 피가 끓던 한 젊은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듯이 말이다. 그는 모든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 항상 가해지는 비난 ''오히려 믿는 사람들이 더 문제더라''라는 비종교인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
또한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갔지만 그는 정작 그 어떤 곳에서도 제대로 배울 것을 배운 것 같지가 않다. 미국에서 살던 평범한 교포청년 유승준은 그의 조국, 한국에서 부와 명예를 얻었다. 그는 한국에서 화려한 생활과 수입을 올리는 스타가 됐다. 그가 성장한 미국을 돌아보자. 왜 미국의 연예계 혹은 스포츠계의 수퍼스타는 그렇게 많은 ''기부와 자선활동''을 하는가? 그것은 그들이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입과 가공할 정도의 명성이 대중의 인기에 큰 기반을 두고 있어서이다. 자신들의 피나는 노력이 얻어낼 수 있는 상한선을 넘어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돈과 명성을 대중에게 되돌린다. 나름대로의 자기희생이다. 과연 유승준은 무엇을 배웠는가? 유감스럽게도 말바꾸기와 약삭빠른 처신에만 눈이 밝은 3류정치인의 쇼맨쉽만을 배운 것이 틀림없다.
< 방송인ㆍsatuki@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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