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승준과 간음한 여인
퍼온 글
200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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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저 여인을 돌로 치라!’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모세의 율법대로 돌로 쳐서 죽이려는 무리들에게 던진 한 마디 말이었다.그 말을 들은 무리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양심의 가책을 받고 뿔뿔이 사라졌다.


이문열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에서는 아하스페르츠라는 주인공이 그 말을 듣고는 ‘그 여자를 돌로 칠 사람은 (단죄할 사람은) 당신 뿐이었잖소’고 비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예수님 말의 핵심은 태생적으로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이 같이 나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을 감히 단죄할 수는 없다는 데 있지 않겠는가.


인기 가수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 문제가 연일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필자 또한 올 봄에 받아야 하는 4년차 예비군 훈련이 벌써부터 신경 쓰이는 평범한 젊은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병역의 의무를 지겠다고 몇 십 차례나 선언했던 유승준의 모습과 갑작스레 시민권을 획득한 그의 모습은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유승준에게 가해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뭇매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필자가 생각하는 ‘벌에도 형평이 있다’는 신념 바로 그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유승준은 힘이 없이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는 무력한 여인의 모습까지 닮아 보인다. 어떻게 그가 힘없는 여인과 같을 수가 있느냐며 흥분할 필요는 없다. 힘이란 결국 상대적인 개념이다. 네티즌 중에는 맘만 먹으면 시민권을 얻어 병역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그에게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에겐 필자를 포함해 일반인들이 갖지 못한 힘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필자가 비교했던 대상들은 병역을 여봐란 듯이 이행하지 않고도, 뻔뻔스런 거짓으로 자신의 미필 사유를 공개적으로 떠벌이면서 ‘그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던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웃는 권력가들 바로 그들이다.


그런 권력자들의 모습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후보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중에서 특히 많이 보이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하는 절망스러움이 밀려온다. 본인이 회피하지 않은 경우는 십중팔구 자식들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늘 연말연시면 군부대를 방문해서는 군복을 어색하게 걸쳐 입고는 사진 한방 찍는 폼이 여간 낯간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거짓은 상식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로 절망스런 정도인가 하면 몇 년 동안 소집통지서를 전달받지 못했다에서 시작해서 179센티미터에 45킬로그램으로 면제받은 경우에 까지 다양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일하게 병역문제에 있어서는 이들 모두가 뜻이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다. 공범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단 대선후보들 뿐만이 아니다. 일반적인 정치인들, 힘있는 고위 공무원들 중에는 ‘자식 군대 보내면 팔불출’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까지 많은 듯 하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그 모양인데 다른 사람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런 일이 기적이 아니겠는가. 아예 태아성감별을 해서 아들인 경우에는 미국령 ‘괌’ 등에서 출산을 하고 오는 행태도 연출되고 있다질 않은가.


지금 많은 네티즌들이 가하고 있는 유승준을 향한 돌팔매는 필자의 것이기도 하다. 그는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병역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시킴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심리를 높여 놓았다. 많은 이들이 4월에 공익요원으로 근무할 유승준의 모습을 한번쯤 상상했을 터이다. 기대 심리가 높아져서는 공익요원 근무도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네티즌도 많았을 터이다.


만일 그가 다른 가수들처럼 병역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작스레 허리 통증을 일으켜 면제를 받는 등(가장 흔한 경우가 아닌가)의 방법을 선택했다든가 아니면 조용히 있다가 갑작스레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면 네티즌들의 분노가 지금과 같진 않았을 것이다. 즉 그에게 던져지는 돌팔매 중 많은 돌 중에는 유승준의 스타일에 많은 이유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당연히 받아야죠. 받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팬들이 용서하면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

필자는 둘 다 유승준의 진심이 들어 있다고 본다.


한번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힘있는 자의 병역문제에 대해 (적어도 유승준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한 측면이 있다) 불법적이고 탈법적이고 초법적인 방식으로 가뿐하게 뛰어넘은 그들의 , 그들 가족의 병역문제에 이토록 분노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만만한 유승준에게만 돌팔매를 무지하게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가를 위해서 2년 반 동안이나 고생했다면서 자랑스러워 했던 내가 왜 유승준의 행동에 대해서는 ‘나는 고생했는데’하며 돌을 던지고 있는가.


유승준의 선택에서 흥분하는 나의 이중성.. 그것은 필자만의 몫은 아닐텐데 괜히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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