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공공의 적은 유승준이 아니다
잔디
2002.02.09
조회 59
진짜 공공의 적은
우리 군의 역사가 왜곡된 현대 정치사의 중심에서 끊임없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대립국면을 조성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애국을 남발하며 개인의 인권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맹목적적으로 강요시켰다는 것, 결국 지금도 가진 넘, 빽있는 넘은 다 빠져나가고 없는 넘만 씨팔거리며 끌려 가는 제도가 바로 오늘의 징병제의 현 주소라는 걸 우리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은 짠밥만 먹으면 자기가 무얼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방위병과 현역이 싸우고, 하사관과 장병이 아웅거리고, 전라도 병장과 경상도 상병이 신경전을 벌이며, 심지어는 보급되는 빤스 한 장에 목숨을 걸 정도로 단순 세포로 길들여져 왔다. 그리고 그 뒤에서 웃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식 군대에서 빼주고 호의호식시키는 기득권층이었다.
국가의 동원에 복종하는 민중들은 기득권 세력의 존립 근거였다. 국가니 민족이니 숭고하게 포장된 이름 역시 거의 대부분 기득권의 범죄질을 보호해주는 소도였을 뿐 민중들이 몸을 누일 곳은 되지 못했다.
유승준을 둘러싼 여론의 논쟁으로 한껏 징병제의 절대성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때, 21세기 이 백주 대낮에 국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에게 자행하는 입국 거부의 폭력을 보라. 병역기피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헤친다는 구실을 붙이며 발조차 들이지 못하게 하는 저들만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보라.
누구든 국가의 부름에 반기를 든다면 얄짤없이 조져 버리겠다는 저 추상같은 선전포고는, 고작 아이돌 스타 정도의 권력으로는 징집에 자유로운 그들만의 세계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국가의 이름으로부터 나는 영장을 받았고 27개월을 썩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원통한 일은 죽방망이 한 방 시원하게 날리고 싶어도 국가는 실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이 책임을 물을 때 늘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이제는 찾아내야 한다. 애국이니 의무니 그런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말자. 국가가 있고 내가 있다는 헛소리는 우리 세대의 숙명적 대사로 받아들이자.
내가 있고 내 동생이 있고 내 자식이 있은 후에 국가가 있다. 나는 내 아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마른 연병장에서 뒹굴었던 흔적을 소포로 받고 싶지 않다. 국가 아니라 국가 할애비라도 내 아들의 존엄한 영혼에 칼자국을 남기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공공의 적은 절대로 그깟 유승준이 아니다. 유승준을 주적으로 돌렸을 때 우리는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 오히려 웃고 있는 가해자를 도와주는 아이러니를 범하게 된다.
진짜 우리들 공공의 적은..저들만의 국가와 더불어..
우리들 스스로, 저 집단화된 이데올로기에 몸과 마음마저 감염되어, 나도 당했는데 너도 당해야지 하는 방식의 생각,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개인의 인권보다 더 소중한 무엇이 있다는 그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 세대의 군생활은 그래서 늘 현재 진행형이다.
출처: 뉴욕스토리 (http://www.ny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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