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군입대 '훈장'일 수 있는데...(펌글)
임오영
2002.02.13
조회 57
중앙일보에 실린 이흥우 MBC PD의 연예가 클로즈업 칼럼입
니다.

---연예인의 군입대 ''훈장''일 수 있는데...---

미국으로 돌아 간 유승준은 지금 집을 떠나 여행 중이라
고 한다. 미국 시민이 된 그는 병역면제를 받았고 대신 조
국 땅엔 들어오지 못했다. 입대하겠노라던 자신의 말을 지
키지 못한 것 때문에 여론은 뜨겁다. 우리 나라에선 군복
무 문제는 애국심에 다름 아니다.
내가 유승준을 처음 본 것은 1997년이었다. 그의 데뷔는
안재욱의 ''대타'' 출연이었다. 토요일 오후 6시 생방송되
던 ''MBC 인기가요 베스트50''이 사정상 오후 3시에 시작해
야 했는데, 안재욱이 그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중대 사고
가 일어났다. 급히 옆 스튜디오에서 녹화 중이었던 무명의
유승준을 무대에 세웠다.
방송사고를 막자는 것이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몇주
후 ''가위''는 1위를 차지했다. 운동 잘하고 퀴즈 잘 맞추
고 금연 홍보대사로도 활동한 신앙심 깊은 국민적 댄스 가
수.
최근 6집의 부진으로 서울음반과 음반 1장 발매 계약이 남
아 있는 댄스 가수 유승준에게 공익근무요원으로 보낼 28개
월은 은퇴와도 같았을 것이다. 수도 없이 뜨고 지는 별똥별
처럼 인기에 따라 명멸하는 게 스타들의 속성이다. 그래서
군 복무 기간은 그에겐 망각의 강 레테를 건너는 것 같은
두려움으로 다가섰을 법하다.
그동안 나는 친분이 남다른 여러 스타들의 입대와 제대를
지켜봤다. 공익근무 요원 복무 중 평소 이상형이라던 쌍꺼
풀없는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가수 박진영, ''사랑은 그대
품 안에''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현역 입대한 차인표등은 더
욱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제대 후 나와 함께
밤새도록 방송을 이야기하며, 간간이 군복무를 마친 자신들
을 자랑스러워 했다.
지난해 봄 서른살 늦은 나이에 현역 입대한 개그맨 서경
석. 나는 김장훈.이유석이 함께 출연한 ''우정의 게릴라 콘
서트''를 제작하면서 짧고도 긴 이별을 아쉬워했다. 그 날
1만 여명의 관객 앞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던 서경
석과 이윤석은 울었다. 청중들도 울었다.
그리고 일년이 흘렀다.
연예인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건 실력과 공명정대한 도덕성
이다.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군복무를 마쳤고, 명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는 2차대전 때 공군으로 복무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그 앞에 유승준이 서 있었다.
예전엔 이정재도 구본승도 이휘재도 서 있었다. 반면 그 세
사람은 머리를 깎고 이등병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잊혀
지지 않았다.
대중들에겐 그 ''이등병의 정서''가 그들을 다시 기억하
게 만드는 힘이다. 그 힘의 바탕은 대중과의 약속이다.
"내 손을 잡아봐 어디든 함께 갈테니..." (유승준의 ''가
위'' 중).
대중들은 유승준과 함께 끝까지 가고 싶다. 조금씩 멀어지
는 그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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