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장, 어머니 살해사건의 진상 3편
200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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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도와주시겠다던 여성의 전화 분들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니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아빠에게 일 당한 다음에 연락해라. 일을 당하고 연락하라구요? 제가 일을 당하고 나면 그땐 제게 뭘 해 주실건가요? 얼마나 대단한 걸 해주시려고요? 저희 집안 사정은 저희 학교 선생님들도 다 압니다. 제가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귀기울여주지 않습니다. 제가 죽건 말건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저는 저희 학교 1등입니다. 학교에서는 제가 학교를 관두지 않고, 저희 아빠가 저를 학교를 관두게 하지 않고 계속 다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적당히 학교 다니다가 적당히 대학 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집에서 쫓겨나 있습니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1월 18일에 언니의 첫 재판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밤새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빠에게 처음으로 대들었습니다. 아빠가 언니에게 한 짓은 아빠도 나도 언니도 다 아는데 이제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대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언니를 도와주시겠다고 말씀하시던 명동성당의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아빠와 화해하라고 하시고 쉼터를 찾아주신 뒤 연락한번 없으셨습니다. 저희 언니를 도와주시려고 하시는 걸 압니다. 많이 바쁘신 신부님이시고 제게 신경써주시려 하신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죽어갔습니다. 제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벼랑 끝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악몽을 꿉니다. 꿈에서 아빠에게 쫓기거나 강간당합니다. 어디에서도 마음을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빠가 사람을 사서 저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길거리를 다닐때는 항상 주위를 살핍니다. 아빠한테 잡혀 끌려들어갈까봐 이후의 언니 재판에도 가지 못했고, 구치소에 면회 한 번 가질 못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도대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집에 들어가서 언니처럼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민석 선생님은 언니를 보호해주셨던 유일한 분입니다. 죽은 학원장 서인철씨는 저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저희 엄마를 협박했고, 엄마를 협박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면서 도리어 아는 경찰들이랑 같이 저희 언니를 엄마를 죽인 범인으로 몬 사람입니다. 자기가 한 짓을 숨기기 위해 저희 언니를 죽이려 들었던 사람입니다. 아빠랑 연락해 가면서 저희 아빠, 경찰들과 함께 1년 동안 언니의 삶을 짓밟았던 사람입니다. 언니는 자기가 서인철을 죽인 거고 선생님은 그냥 그때 거기 계셨던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언니와 선생님의 관계를 이상한 관계로 몰아붙이고 언니가 선생님에게 의식화됐다고 말합니다. 언니를 도우려는 언니 친구들도 의식화됐고 선생님과 불륜이라고 하고, 심지어 이제는 저한테까지 의식화가 됐다고 합니다. 저희 아빠, 경찰들, 검사님, 부평교회 목사님까지 그럽니다. 저는 이민석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한 적도 없습니다. 의식화를 당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왜 제가 의식화가 됩니까? 두려워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진실을 이야기하니까 멀쩡한 제가 왜 의식화당한게 됩니까? 자기 편한대로, 자기가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전부 의식화로 몰아붙입니까? 그리고 기자들도 그렇고 그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전부 의식화로 몰아붙이면 누가 진실을 말합니까? 진실이 밝혀지는게 그렇게 두렵습니까? 차라리 그냥 제 목을 졸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아빠가 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죽으라고 칼을 갖다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저희 언니뿐만이 아니라 저까지 죽으라는 겁니다.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감옥에 있는 저희 언니뿐만이 아니라 저도 죽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다 죽으면, 그래서 진실이 가려지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저는 너무 두렵습니다. 아니, 이젠 두렵지도 않습니다. 절망스러울 뿐입니다. 우리 언니 좀 살려달라고, 저 좀 살려달라고 외쳐댔지만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들리지 않는 척 했습니다. 저희 언니와 저는 살고자 했던 것밖에 없습니다. 아빠가 언제 방에 들어올지 몰라 방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한 번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했던 것밖에 없습니다. 다 같은 사람이니까 한번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살 수 있는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죽는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언니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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