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남편이 페인트 대리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십여년간 다니던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너무나도 하고 싶어해서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새벽 7시 전에 가게를 나가서 저녁 9시가 넘어서 집에 오면 부랴부랴 도시락 설거지하고, 대충 집안정리하고, 빨래해서 널고 개키고......
10살짜리 딸은 자기가 아침차려 먹고 학교 가고, 4살짜리 아들은 잠이 덜깬 채로 제 등에 업혀 가게 나와서 하루 종일 가게 밖에서 자전거 타면서 놀고......
이런 생활이 몇개월 지속되자 전 너무 지쳤습니다.
어느날,
울면서 남편에게 제 속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자기야... 너무 힘들어서... 미칠 것 같아...도망치고 싶어... 나 어떻게 하지..."
제 얘기를 딸아이가 들었나 봅니다. 그 일이 있은지 며칠 뒤에
딸아이가 제 가방에 편지를 넣어 놨더군요.
'......(중략)...존경하고 사랑하는 엄마가 집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말을 하셨을 때 전 너무 놀랐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다가도 혹시 엄마가 정말로 도망가면 어쩌나 하고 무서웠습니다.
엄마는 저를 왜 생각하지 못하시나요? 제가 엄마 곁에 있으니까
저를 생각해서라도 힘든 일을 이겨내세요......(중략)...'
얼마나 미안하고 속상하던지 학교 갔다온 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그후로 전 조그만 가게 안에서 제가 하고 싶어하던 일을 찾아내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3학년에 편입해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몇 년 뒤에는 방송 극본을 쓰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또, 이 세상을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
딸아이 하고 문화공연을 관람하는 것 입니다. 딸아이는 어려서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 컸고, 학교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직장 생활하는 엄마때문에 동생을 돌보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딸아이가 학교를 하루 쉬고라도 -체험학습으로 결석 처리가 안됨- 저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날이 따뜻해지면 페인트 가게 일이 바빠져서 더 더욱 아이와 함께 있어 줄 시간이 없게 됩니다.
유영재님!
제게 딸아이와 따스한 봄햇빛을 받으며 데이트 할 기회를 주시지 않으렵니까?
######주 소: 광명시 광명2동 51-4 1층 고려페인트
######전화번호: ***-****-****
이 세상을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
이은미
200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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