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잠깐 서울에 사는 친구와 만날 일이 있어
전철을 탔습니다.
휴일 오후라 그런지 전철안은 한가로웠고
좌석에 앉은 사람들도 다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제옆자리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셨는데
간증수기 비슷한 책자를 보면서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계셨습니다. 전 그 옆에 앉아 좋은 생각을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역곡역이었어요.
고요를 깨고 들려오는 어느 젊은이의 목소리...
처음엔 잡상인이려니 했습니다.
(단돈 천원에 묶음으로 주는 그런 거요)
그런데 귀를 파고드는 그 젊은이의 목소리가 어딘지모르게 어눌해서 읽던 책을 놓고 그쪽을 보니 몸이 심하게 비틀어져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앳된 청년이 온힘을 다해 편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힘겹게 다 읽은 편지를 나눠주기 위해 전철 한칸을 도는데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윽고 제 손안에도 그 편지가 올려졌습니다.
안산의 작은 집에서 오갈데 없는 아이 11명과 장애인 7명이 모여 후원금없이 자립해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후원마저 뚝 끊기고 다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남은 사람끼리 서로 도우며 살고 있으니 제발 18명 식구가 살아갈 수 있게끔 사랑을 보태달라는 그러면 구멍가게라도 열어 열심히 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 나눠주고 처음자리로 돌아가 한분한분에게 어눌하게 인사하는데 간간히 감사합니다란 말만 들려왔습니다.
작은 동전이건 지폐이건 그 젊은이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그가답례로 주는 감사인사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실망한 것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그아주머니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성경귀절을 읽으며 눈물흘리시던 아주머닌 복사된 편지를 읽지도않고 무릎위에 두었다가 가져가건 말건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정차하는 역에서 잠시 전철이 흔들리자 젊은이가 중심을 잡지못하고 뒤로 넘어졌으나 누구하나 선뜻 달려가 일으켜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를 일으켜주면서 그가 비록 남루하고 초라한 모습이었으나 해맑은 눈과 입가에 늘 어려있는 미소를 보면서 내내 가슴아팠습니다.
유가속애청자들은 아주머님같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영재님이 아름답고 좋은 노래만 들려주시니 어딜 가더라도 사랑으로 사실 거란 믿음 가져봅니다.
신청곡 : 해바라기"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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