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늘 택시만 이용하다가
생활비를 아껴볼 요량으로 버스를 탔지요.
버스 안은 빈자리가 없더군요.
전, 다른 이에게 피해주는 것이 싫어
늘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앉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제 막 걸음마에 익숙해진 아이를 단단히 붙잡고 섰습니다.
제가 선 자리에는 웬 여학생 하나가 앉았더군요.
그런데 무심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저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그 여학생,
절 노려보는 듯 시선을 거둘 생각을 안하는 것이었어요.
마치, 하필 왜 내 앞에 서는거야?
라는 무언의 한마디가 와 닿는 듯 했습니다.
저도 슬며시 화가 나더라구요.
인형보다 좀 작은 아이가 넘어지지 않으려 제 엄마 다리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데 모른체 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왜 죄없는? 저를 쏘아보는 거냐구요??!!
저도 화가 나서 그녀의 시선에 맞대응하고 말았지요.
마치 누가 보면 눈싸움을 한다 싶을 정도로....^^
그러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내내 기분이 안좋았어요. 그 여학생의 태도에 화가 나면서도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지는 않았나 생각해 보니
저도 가끔은 아이 둘씩 데리고 버스에 오르는 애기엄마들 볼 때마다 남들에게 민폐끼치면서 뭐하러 돌아다니나?
하고 그녀들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거든요..
물론 결혼 전, 처녀때의 일이지만요...^^
전형적인 봄날씨에
목련이며 개나리가 도로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도
마음은 어둡기만 했습니다.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했어요. 그 작은 기억이
역시 작은 상처로 남았더랬지요.
헌데 돌아오는 길...
이번에도 그런 경우를 당할까 싶어 전 택시를 탔답니다.
퇴근시간대라서 그럴까요?
어찌나 차가 막히는지...... 꿈틀대는 아이와
시장에서 산 반찬냄새가 거슬려서 좀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막히는 차도를 보면서
샛길로 갔더라면..... , 괜히 운전기사님만 원망했지요.
합승을 하기 위해 일부러 밀리는 대로를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기사님이 곱게 보이지 않더군요.
저의 이런 시선을 알아차리셨을까요?
기사님, 한참 후 한말씀을 하시더군요.
"저, 길이 많이 밀려서 짜증나시죠? 이런 때일수록 더 조심스레 차를 몰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말씀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기사님이 택시운전 전에 자신의 아이가 사고를 당했대요.
저처럼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탄 기사님 부인이
겪은 일인데, 오늘처럼 길이 막히던 날,
택시기사님이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급출발을 하다가
앞차를 들이받았는데 그만 아이가 목을 다쳐서
거의 불구나 다름없게 되었다는 말을요........
그래서 당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오분 늦게..라는 신조를 되뇌이며 일을 하신대요.
아이를 안고 탄 저를 위해 안전운전을 하신 그 기사님에게
전 원망의 화살만 날리고 있던 겁니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그 기사님으로 인해 전 다시 맘이 환해지더군요.
어떤 가수의 노랫말처럼 무엇보다도 진하고 아름다운 향기는
바로 이런 사람의 향기가 아니겠어요?
우리 모두 겉만 화려하고
향기는 없는 모란이 되지 맙시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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