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의 시간
잔등에 등에가 붙어 피를 빨아도 소의 네 다리는 말뚝일 뿐이다. 꼬리를 휘돌리고 머리를 젖혀보지만 쇠방울소리만 떨렁거릴뿐, 성당 종소리에도 태연한 마귀새끼처럼 등에는 물러가지 않는다.
[이놈을 좀 잡아주세요]순하게 생긴 큰 눈을 글썽거리며 말못하는 소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소 피를 빨아먹고 사는 등에가 밉다. 하지만 조물주는 그런 놈들에게도 날개를 주셨다. 선악[善惡]의 시비[是非]를 떠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조물주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모순투성이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조물주와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쁜 자식도 있고 미운 자식도 있다. 하지만 다 내 자식인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조물주는 철저히 내버려둔다. 이건 대단한 배짱이고 무심함의 극치다. 흔들리지 않는 허공이 그의 마음인지 모른다. 대홍수가 일든 빙하기가 오든 크게 텅 빈 그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그분은 더 이상 인간의 왕이 아니다. 소들의 왕도 아닐 뿐더러 등에의 왕도 아니다. 그분은 왕을 넘어서 있다. 어떤 종교가 그분을 왕으로 내세워도 그는 그 왕을 자신의 허수아비쯤으로 여길 것이다. 그는 결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영원히 침묵할 것이며 우리에게 절대로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분이 무심으로 자유롭듯이, 우리 또한 그분을 넘어서는 무심함으로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 등에(곤충) : 등에과의 곤충의 총칭. 파리보다 좀 큰데 온몸에 털이 많고 촉각이 큼. 마소의 피를 빨아먹음.
최승호의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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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계절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글 한편 베껴 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신청곡 : 이선희 -- 라일락이 질때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70-2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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