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남왕진
2002.05.07
조회 53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영재님이 쓰셨던 어머니의 노래 "선창"을 읽으며 제 어린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나마 영재님은 열살때 찍은 가족 사진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저는 가족사진이라고 찍은게 제 결혼식때 찍은게 처음이였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아버지는 뒤늦은 군입대를 하셨습니다.
어린 삼형제와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인사도 제대로 못드린채 대문뒤에 숨어서 훌쩍이며 울기만 했던 그때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신작로까지 따라나가셔서 아버지를 배웅해 주시고 오신 어머니의 힘없이 축져진 어깨와 눈물젖은 흔적을 애써 감추시던 어머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어머니 눈치만 보는 철부지 형제들을 꼭 껴안고 한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시던 나의 어머니.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 추운겨울 땔감이 없어서 톱과 낫을 들고 어머니와 나무하러 갔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나를 부둥켜 안고 서러운 눈물을 한없이 흘리시던 어머니.
초등학교 2학년때 휴가 나오신 아버지 따라 읍내장에가서 그동안 사고 싶었던 30cm 대나무자를 사서 좋았던 그때 기분은 아직도 설레이기만 합니다.
막차를 놓쳐버려서 20리가 넘는 밤길을 걸어오는데 다리도 너무 아프고 배도 고프고 힘이 들었는데 아버지는 제마음을 아셨는지 업히라고 하시길래 망설이지 않고 아버지등에 업혀서 한동안 졸면서 왔었습니다.
따스한 아버지 등에 처음으로 업혀보았던 그때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제가슴속에 아버지의 따뜻한 체온이 남아 있는듯 합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정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기도했고, 아버지 군대생활하시던 3년동안 친구들은 부모님과 함께 운동회때 손잡고 온 모습을 보면 너무나 부러워서 기죽어 지내던 때도 있었고 겨울내내 손바닥이 벌겋게 물들 정도로 새끼를 꽈주고 남의집에가서 눈치보며 얻어 먹었던 꽁보리밥 한그릇이 왜 그다지도 맛있던지요.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돈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석유값 아낀다고 등잔불도 제대로 못켜고 해지기 전에 숙제한다고 엎드려 있다가 잠이 들어버린날도 있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면 어머니가 삐뚤삐뚤 써놓으셨던 공책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고 학교로 갔었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 었지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리워지내요.
이 땅위에 모든 부모님들께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그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건강하시길 기원해 봅니다.


희망곡:현숙의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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