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할머니...
김명희
2002.05.09
조회 51
유영재씨 안녕하세요?
제가 있는 곳은 시골에서 차츰차츰 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50여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논밭 일색이었던 들판엔 커다란 바람개비가 달린 식당이랑, 돛을 가득 단 배모양을 한 까페랑, 궁궐의 이름을 갖다 붙인 불갈비 식당이랑, 알프스의 통나무집을 흉내 낸 유럽풍의 레스토랑이랑, 기차모양을 한 커피숍이랑......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다 적을수가 없군요.
마을엔 소규모 사업장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우리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거리를 대신해서 돈을 벌려고 모여 든 외국인들이 알아 들을 수 없는 각기 제나라의 모국어를 구사하며 골목을 누비고 다닙니다.
저기 골목 끝에 한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오고 계십니다.
할머니 손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할머니는 제게로 오시는 길입니다.
연세가 팔십이신 할머니는 1년전 저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검은 비닐봉지속엔 꽃분홍색 겨울 양말이 세켤레 들어 있습니다. (그색이 어찌나 고운 꽃분홍인지 정말 보여 드리고 싶군요.) 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겨울에 신어 뜨시게......
할머니는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 일어서십니다. 저는 오늘만큼은 할머니를 댁까지 모셔드리기로 마음 먹습니다.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데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지십니다. 제가 참 몹쓸짓을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1년이 조금 지나 떠날거면서 ......
저는 할머니의 눈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함을 인정합니다.
제가 그 눈물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겠지요.
그때까지는 아마도 할머니를 잊지 못할것입니다.
저는 두분의 할머니를 가슴에다 새깁니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와, 꽃보다 고운 눈물을 흘리시던 할머니입니다.
옛날엔 아씨였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이미자의 [아씨]를 신청합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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