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소개합니다.
나 영애
2002.05.21
조회 49




지난 달 우리에겐 아이가 태어났어요.
평범한 출생이었죠.
이 일 저 일 바빴고 치러야 할 고지서도 많았기에,
내 아이는 내가 없는 사이에 걸음마를 배웠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배웠어요.
"나는 아버지 같이 되겠어요, 아버지."
"꼭 아버지를 닮을 거예요."
"언제 오세요? 아버지."
"글쎄다."
"하지만 함께 보게 될 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겠지."

내 아들이 지난 달 열 살이 되었군요.
"공 사주셔서 참 고마워요."
"공 던지기 좀 가르쳐 주세요."
"오늘은 안 되겠다. 할 일이 많다."
아들은 "괜찮아요."하며 밝은 웃음을 머금은 채 나갔다.
"나는 아버지 같이 될 거예요, 아버지."
"꼭 나는 아버지 같이 될 거예요."
"언제 오세요? 아버지."
"글쎄다."
"하지만 그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자구나."

내 아들이 며칠 전,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왔군요.
사내답게 컸길래 나는 말했지요.
"내 아들아,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웃으며 말하기를,
"차 열쇠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따 봐요."
"언제 돌아오니? 아들아."
"글쎄요."
"하지만 그때 함께 좋은 시간을 갖도록 하죠."

나는 은퇴한지 오래 되었고
아들은 이사를 나갔죠.
지난 달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괜찮다면 한번 볼 수 있겠니?"
"그러고 싶어요, 아버지. 시간만 낼 수 있다면요."
"새 직장 때문에 바쁘고 애들은 감기에 걸렸어요."
"얘기해서 반가웠어요, 아버지."

전화를 끊고 나자 문득 깨닫게 된 것은,
내 아들이 나랑 똑같이 컸다는 것,
내 아들이 꼭 나와 같다는 것,
"언제 집에 오니, 아들아?"
"글쎄요."
"하지만 그때는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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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규님의 : 얼룩진 상처 노래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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