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2002.07.28
조회 39
오늘처럼..

사는게 힘들어

이런 저런 슬픔이 나를 할퀼라치면...


다시 서울 가야하는 자식을 위해

어머니는 새벽내 눈물 몇잎 삼아 김치전을 지집니다..

검은 비닐봉지를 세 겹풀 꼬옥 묶어 김치전을 쌓아..

그리고

보리차물를 끓여 생수병이 아닌 큰 피티병에 담아

서울로 가는 아들 책가방에 넣어 놓았습니다..

행여나 자식이 식은 김치전을 먹을까봐..

김치전을 싼 비닐봉지를 다시 수건을 감아 놓읍니다..보온되게끔..

항상 못난 자식은

예전처럼 삶은 달걀을 싸주셨던 때와 같이...

숫기가 없어..

기차안에서 남이 볼라..달걀 냄새가 풍길라..

부끄러워 먹지 못하고

서울에 도착하여

쓸쓸한 고시원안

배고픔에

얼른

신문지를 펴고..

수건을 풀고.. 꼬옥 묶여진 비닐 봉지를 그냥 빨리 뜯어 버리고..

이제는 다 식어버린 김치전을 얼른 꺼내봅니다..

그러나..

그러나..

배고픔에도..

삼켜야 합니다.

아직은 가시지 않은 엄마의 손 맛도 채 느끼지 못한채..

이빨로 곱게 곱게 빻지 못하는 "슬픈 간식"이 되고 말아 버립니다.


"식기전에 기차안에서 꼬옥 먹으라며"

동구밖까지 나와

내가 군내버스에 올라 탈때까지

내 손을 잡던

흙에 찌들어 버린 농녀의 까칠한 "손"..

"밥 제때에 먹고..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것 사먹으라며"

끝내는 등을 돌려 눈물을 감추시던 내 어머니..


사는게 무엇일까요?..

공부란게 무엇일까요?..

나 없으면 호강하실 걸..

나 없으면 살결이 썩지 않을실걸..

나 없으면 몸이 패이지 않고 고울걸..


자식은 혼자 몇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시골 집에 전화를 해봅니다..

"기차안에서 맛있게 먹었다고"

"체 하지 않게 물도 먹으면서 먹었냐고?..."

"물도 먹으면서 엄청 맛있게 먹었다고"

엄마는 그걸 항상 진심으로 믿고

자식이 고향에 들렸다 서울에 갈라치면..

또 그렇게 "슬픈 간식"을 싸줄겁니다...

"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는 것

"가끔씩 모래알을 씹는 듯한 음식이 되는 것"

내 뜻이 파도에 부딫여 깍여 지기도 합니다..그런 슬픔에 못이겨..


그지만.

전화를 끊고.

옆에 사는 아는 동생을 같이 먹자고 불러봅니다..

"더욱 슬퍼지려기전에 웃어보려고"

혼자 아닌 둘은

슬픔에 늘어뜨려진 감정을 다시 조율할 수 있는가 봅니다..

차분히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사내가

이런 저런 쓸데없는 수다를 떨며..


어머니의 손맛은 눈물의 바다

바다를 담은 눈물만큼 하루에도 어김없이 두 번씩 밀려왔다 빠지며

공부하는 자식의 책상위에 눈물을 내어주고 또 내어주고..

그 건네받은 눈물 몇잎으로

전..

아직은 쓸데없는 슬픔들을 서슴없이

할퀼 수가 있습니다...

그 농사짓는 엄마의 고귀한 눈물 몇잎을 가슴에 담아..


조금만 참자구요..

조금만 참자구요..

내 꿈을 이룬날 우리 가족도 남들처럼 그렇게 살자구요..

정말 그러자구요..

정말 그러자구요..

오늘같이 슬퍼도

장남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

행여 엄마의 눈물은 티끌만큼이어도 쓸데없는 것 일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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