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을5-은희경의 상속
가요속으로
2002.09.10
조회 41
책과 가을...
다섯번째 선물입니다.

은희경의 상속.

문학과 지성사제공으로
(***-****-****)
오늘부터 열분께 또 하나의 책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은희경의 세번째 소설집 『상속』(2002)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새 소설집에는 199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아내의 상자」와 2000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 「내가 살았던 집」을 비롯해, 최근에 발표된 신작을 포함한 중·단편소설 일곱 편을 모았다.
은희경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이중주」가 당선한 데 이어 같은 해 계간 『문학동네』의 제1회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화려하게 등단했다. 그는 또한 등단 3년 만인 199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밖에도 동서문학상과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두루 수상하면서 상업성 못지 않게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은희경의 활약은 양적으로도 놀랄 정도여서,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새의 선물』에 더해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1998), 『그것은 꿈이었을까』(1999)와 『마이너리그』(2001)의 세 장편을 추가로 출간했다. 게다가 소설집도 『타인에게 말걸기』(1996)와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1999)를 출간했으니 한 해 평균 한 권씩을 꾸준히 출간한 셈이다.

은희경의 소설은 사람살이의 예사로운 모습을 그대로 놓아주지 않고 거기서 생생한 희비극을 찾아내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그 역량 중에는 우리 작가들에게 아주 귀한 덕목인 ‘삐딱한 시선’이 있다. 그 야멸찬 사시(斜視)에 걸려들면 청승맞은 사연도 해학적인 리듬을 띄고 진부한 장면도 씁쓸한 우수를 풍긴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인간 생활의 풍경은 자연히 다채롭다. 그것에 접하는 동안 우리는 진지한 재미에 빠져드는 한편, 허위나 변덕 같은 심리적 착종에서 빚어지는 매혹적인 광경이 인간의 현실,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쪱쪱쪱은희경의 소설에 의하면, 인간은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내용은 뻔한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배우이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며 한없이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이다. 방정식은 단순하다. 배우가 관객에게 무심할수록 탁월한 연기action를 펼칠 수 있다. 무심한 배우의 탁월한 연기는 관객의 순정 어린 반응reaction을 이끌어낸다. 순정과 열정에 휩싸인 관객은 오버액션overaction을 펼쳐 보이는 배우가 된다.
평범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 대한 해부학적이면서 전복적인 시선, 삶의 운명적인 지점들을 농담으로 치부해버리는 자기 냉소와 아이러니, 자폐적 고립을 향한 충동과 타인의 정서적 시혜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움직이는 나르시시즘 등과 같은 은희경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은 이와 같은 삶의 방정식들로부터 분절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연기와 순정과 오버액션의 짬뽕과도 같은 인생들이란, 작가 은희경이 그려내고 있는 세계의 근원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연기와 순정과 오버액션이 혼합되어 있는 세계를 어떤 관점에서 그리고 어떤 시점에서 포착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다양한 단면과 변주가 제시될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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