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에 대한 소묘
1.
더러 추수를한 빈 논에 기러기 무리가 앉았습니다.
과거 2,30년전에 비하면 하잘것 없는 수이지만
최근의 것 치고는 그 개체수가 많아졌음을 알수 있습니다.
환경이 좋아졌는지, 아니면 천적이 없어져서인지...
기러기는 한때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았었지요.
시베리아나 사할린섬 등에서 여름을 나고, 겨울이면 남쪽땅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
그래서 빈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다가가면 어느새 알아채고 날아가버리는 조직이 잘갖추어진 새.
일부일처이고 금술이 좋아 상징물을 함속에 넣었다는 새.
주로 식물성 재료를 먹어서 정갈하다고 하고, 보양식으로 잡아먹었던 새.
적진을 분산시킬때 썼던 돌파전술로 연구되기도 하였으며,
그 습성들이 비교적 상세하게 밝혀져서 어린 학생들이 교재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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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러기'하면 아무래도 어릴적 기억을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늘을 새카맣게 가득 메우며 지휘자의 목소리에 대열을 맞추고 날던 모습.
주문을 외우듯 "ㄱ자를 그려봐-" 하면 'ㄱ'자가 되었고,
"ㄴ자를 그려봐-" 하면 정말 'ㄴ'자가 되었고(실제로 보는 자세에 따라서 두가지의 자세는 기본입니다), 억지로 'ㄷ'자까지는 가능하다 하더라도 절대 'ㄹ'자 이상을 만들 수 없었던 대형들.
또 기러기는 청둥오리와 함께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에서 엄청난 식성으로 피해를 주었습니다.
장마, 태풍, 가뭄등으로(예전엔 수리시설이 없어서 더 피해가 컸습니다) 고생고생하며 지어온 농사를 수확하여 베어놓으면 밤새 그녀석들의 참거리가 되곤 했지요.
허탈해하며 아침밥상 머리에서 한숨 짓던 아버지. 그리고 수제비로 긴겨울을 나곤했습니다...
고민끝에 개발된 것이 들깻단.
기러기는 들깨의 향을 싫어한다고 하여 집집마다 자투리땅에 들깨를 심었고,
하루종일 벼베기를 하고나서도 바로 쉬지 못하고 논바닥 곳곳에 들깻단을 세워놓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뭇가지에 비닐을 걸어 바람에 펄럭이게 하고, 허수아비를 세웠습니다.
어느때는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들의 포획으로 하룻밤 사이에도 수십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라서 요리를 해먹기도 하였지만(대충 익힌 고기는 질겨서 먹지도 못합니다), 2차 침입을 막기위해 막대기에 걸어두는 것 또한 흔한 풍경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농기계가 현대화 되어 콤바인이 한번 지나간 자리는 돌아볼 필요도 없어서,
기러기에 대해 신경쓸 일도 없고, 또 기러기를 대하는 시각도 변했습니다.
추억의 소재가 되어 연륜의 나이테를 그린 하나의 소중한 존재가 된것이지요.
3.
철들고나선 주로 외지에서 생활해서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인지 기러기를 잊고 살았었습니다.
이후로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터전을 잃은 기러기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구요.
그런데 문득 기러기가 날아드는 것입니다.
그것도 많은 수가 몇날을 지나도 계속해서...
오늘도
하던 작업을 멈춘채 하늘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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