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님. 지난번 추석 성묘길에 새끼 손가락만한 가재 한 마리를 시냇가에서 줏어 와서는 무얼 먹여야 할지 몰라 글을 올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물 속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아이는 신선한 물 속에 플랑크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침마다 정성스럽게 물을 갈아 주었을 뿐 더 이상의 먹을 거리를 가재에게 주지 않았는데도 지금껏 그 가재는 살아 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 옆 집 애기 엄마는 놀라던데)수돗물속에 풀랑크톤이 있을 리 없고 도데체 어떻게 된 걸까 생각해 보다 조용히 느끼게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고(시끄러우면 가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제 막 바이엘을 끝낸 우아한 피아노 연주도 가재를 위해 들려주고 가재가 자기 살던 시냇가를 생각하며 놀라고 초록색 풍경이 그려진 달력 종이를 오려 병풍처럼 가재 주변에 둘러준 우리 아이의 사랑인거예요. 그 단순하고 순진한 우리 아이의 순도 높은 사랑이 가재를 오늘날까지 견디게 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처음으로 생명있는 것을 키우는 우리 딸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가재가 오래 살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엔리의 그리운 추억 듣고 싶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공군아파트 101동 503호
가재가 무얼 먹고 사는지 알았습니다.
어은하
200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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