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골목 어귀에 서있던 승용차..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오고 모든 차들이 멈추자 미끄러지듯 큰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하여 달아난다. 차 지붕위에 수북히 쌓여 있던 샛노란 은행잎을 축제라도 하듯 길위에 뿌리면서 달려간다. 바람에 날리던 서너장 은행잎... 내 차 앞유리에 불안한듯 내려 앉는다. 녹색 신호인가 ? 옆의 차들이 달려 나아가는가 싶었는데 뒤쪽에서 뛰뛰빵빵 요란한 경적음을 울려댄다. 저 노오란 은행잎을 어쩌지..? 내가 달려가면 길바닥에 떨어져 으깨어져 버릴텐데.. 미안... 가볍게 손 흔들며 모두 날아가 버리고 애처롭게 한 잎만이 와이퍼 틈새에 끼어 파르르 떨고 있다. 이제 그만 네 갈길로 가야지.. 속도를 조금 올려본다. 그렇지만 더욱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며 떨기만 할뿐 떨어질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지 말고 어서 가렴.. 이별이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니까.. 앞 유리창으로 물을 쏘아 올리고 와이퍼를 동작 시킨다. 노오란 은행잎은 느닷없는 율동에 신이난듯 와이퍼와 함께 좋아라 춤을 춘다. 이윽고 녀석이 내 눈치를 알았나 보다. 애처롭게 흔들던 손짓이 거칠은 지친 숨소리로 바뀌는가 했는데 간신히 움켜 쥐었던 가을의 끝자락에 아쉬운듯 미련을 가져 보지만... 안녕... 그렇게 가버리고, 난 또다시 달린다. 내 가는 그 곳에 또 다른 푸른 잎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가을 끝자락
phil
200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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