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
phil
2002.11.19
조회 85


    
    
    오른쪽 골목 어귀에 서있던 승용차..
    횡단보도 신호가 들어오고 모든 차들이 멈추자
    미끄러지듯 큰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하여 달아난다.
    
    차 지붕위에 수북히 쌓여 있던 샛노란 은행잎을
    축제라도 하듯 길위에 뿌리면서 달려간다.
    
    바람에 날리던 서너장 은행잎...
    내 차 앞유리에 불안한듯 내려 앉는다.
    
    녹색 신호인가 ?
    옆의 차들이 달려 나아가는가 싶었는데
    뒤쪽에서 뛰뛰빵빵 요란한 경적음을 울려댄다.
    
    저 노오란 은행잎을 어쩌지..?
    내가 달려가면 길바닥에 떨어져 으깨어져 버릴텐데..
    
    미안...
    
    가볍게 손 흔들며 모두 날아가 버리고
    애처롭게 한 잎만이 와이퍼 틈새에 끼어 파르르 떨고 있다.
    이제 그만 네 갈길로 가야지..
    
    속도를 조금 올려본다.
    그렇지만 더욱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며 떨기만 할뿐
    떨어질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지 말고 어서 가렴..
    
    이별이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니까..
    
    앞 유리창으로 물을 쏘아 올리고
    와이퍼를 동작 시킨다.
    노오란 은행잎은 
    느닷없는 율동에 신이난듯
    와이퍼와 함께 좋아라 춤을 춘다.
    
    이윽고
    녀석이 내 눈치를 알았나 보다.
    애처롭게 흔들던 손짓이 거칠은
    지친 숨소리로 바뀌는가 했는데
    
    간신히 움켜 쥐었던 가을의 끝자락에
    아쉬운듯 미련을 가져 보지만...
    
    안녕...
    
    그렇게 가버리고, 
    난 또다시 달린다.
    내 가는 그 곳에 또 다른 
    푸른 잎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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