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빛 무대를 휘감고 생긋 피어난 구절초 한송이
갸름한 실오라기 같은 꽃잎을 여러 장 붙잡고 연약한 꽃잎 날개를 휘저으며
길손의 시선을 꽉 붙잡아 묶어놓는 구절초의 매력에 잠시 홀랑 빠져 들었다
연보라빛 청초한 꽃잎 속으로 파고 들어온 노오란 꽃술들
그 매혹의 향에 벌들까지 붕붕대며 꽃술을 찾고 있지 않는가?
......
그냥 지나치기엔 내 걸음이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구절초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랬더니 그 구절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생긴대로 놀아. 글은 너 생각 대로 쓰면 돼
이 하찮은 풀꽃도 우주 공간에서는 나 혼자야'
갑자기 내게 던지는 밀어가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맞아! 맞아!'
가장 '나'다운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언젠가 흘러 들어온 기억이 불쑥 튀어나와 내게 박수를 보냈다
구절초가 해바라기를 닮으려고 노력해 봐
얼마나 꼴불견이야
제비꽃은 제비꽃대로
채송화는 채송화 나름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의미가 있는 거야
내 색깔대로 내 생긴 대로 글을 써 보는 거야
오히려 온실 속에서 여러 사람의 손으로 다듬어진 꽃보다는
아무도 손 타지 않는 청초함이 이 꽃의 매력이잖아
구절초도 꽃의 향기도 아름답지만 그 뒤에 숨은 비밀이 또 있는 거야
눈을 맑게 하고 머리를 가뿐하게 하며 구절초 베개를 베고 자면
잠도 잘 잔다는 거야
그 구절초의 뒷맛이 꽃보다도 더 아름답지 않아
그런 글을 쓰는거야
벼랑 끝의 청초함을 자랑하는 수선화 같은 글이 아니어도 좋다
바위틈새에 숨어 길손의 흔적을 쐰 적도 없는 유일한 어휘가 아니어도 좋다
......
언젠가는 영영 떠나야하는 유한한 시간 안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흔적을 찾고 싶다
거리의 소음을 혼자 마시고, 지난 여름 따가운 불침을 맞으면서도
생긋 웃으며 고개 내민 구절초처럼,
우주 속에 내가 존재해 있음을 알리고 싶다
구절초가 나를 보고 / 김인숙
박승화 디제이님 말씀대로 훈훈한 명절 추석에
가족과 이웃과 따뜻한 마음 나누었으면 해요
이연 / 유익종
9월의 노래 / 패티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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