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학교후배가 오래간만에 동아리 카페에 남긴글인데 글이 진짜 좋아서 유가속 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복사해왔슴다.
모두들 좀 길더라두 끝까지 읽어보시구 좋은시간 되세요.
선곡 해주시는 분은 신청곡두 있으니 끝까지 다 봐주시구 좋으시면 신청곡 꼭 부탁드리겠슴다.
.. 녀석이 설마 학교를 안나올 줄은 몰랐는데...
중학교 들어가며 알게 된 녀석은
한번도 전교석차 10등을 벗어난 적이 없었고..
구김살 없는 얼굴과 악의없는 장난끼로 인해
녀석은 항상 인기가 있었고 내내 반장 자리를 놓은 적이 없었기에
난 행상을 하시는 홀어머니와 해방촌 꼭대기 월세 단칸방에 산다는 것을
녀석의 입을 통해 듣고서도 믿기 힘들었다...
녀석과 나는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으로 진학을 했고..
예의 밝은 성격과 우수한 성적으로 녀석은 압도적인 표차로 반장이 되었었다.
하지만 녀석을 귀여워했던 중학교 선생님들과는 달리
새로운 담임은 노골적으로 봉투(?)를 밝히는 사람이었고..녀석의 가정환경을
알고나서는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트집을 잡아
녀석에게 무안을 주곤 했었다..
그날도
목표와 달리 중위권에 그쳐버린 환경미화평가 결과에
담임은 조회시간부터 저기압이었고..수업종이 쳤는데도 떠들고 있던 몇몇이
때맞춰 적절한 핑계거리(?)를 제공하여...
우리 모두는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얻어터졌고..
녀석은 반장이란 이유로 우리보다 세배는 더 맞은 것 같다.
"반장이란 넘이 똑바루 해야지. 환경미화도 그래.. 다른 반은 커텐도 새로 달고
이것 저것 준비도 잘하더만...이거 당최 없는 놈이 반장하니
제대루 하는 게 없구만....수업하게 책 펴!"
아차 싶었을지는 모르지만...담임은 너무도 잔인한 말을 내뱉었고..
난 녀석의 푹숙인 고개밑으로 방울져 흐르는 눈물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녀석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며칠지나
아무도 없는 녀석의 집앞에서 10시 넘어서 까지 기다리는 데..
어머니는 행상을 마치고 먼저 오시고..녀석의 일은 전혀 모르시는 듯 해서
잠시 할 얘기가 있어서 왔다는 핑계로 또 한참을 기다리고..
저 멀리서 책가방을 메고 언덕을 올라오는 녀석을 보자마자 끌고 가서는
이런 저런 설득을 했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녀석은 생각 이상으로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다시 몇일후..
담임도 적잖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던지..방과후에 가정방문을 하겠다는데..
갑자기 녀석이 불쑥 나타났다.
전과 같은 밝은 표정으로...
다행이다 싶었던지 담임도 별 꾸중 안하고..사건은 대충 일단락되는 듯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오후 수업시간 내내 난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저 정체모를 평안한 표정은 무엇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방과후 자율학습시간에 난 녀석을 끌고
남산공원을 올랐고...벤치에 앉자마자 녀석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네가 뭘 물어보고픈지 알어..내가 다시 학교에 나온게
이상하지?...나도 처음엔 학교 이대로 관둘 생각이었어.."
"그럴 필요까지야...좌우지간에 어케된 거냐?"
"네가 찾아왔던 날도...하루종일 서울시내를 걍 떠돌아 다녔고..
며칠동안..어디를 가야할지도 모르면서..그냥 쏘다녔어..어머니한텐
들키고 싶지않아서 일단은 아침부터 나와서는...이곳저곳..."
"........."
"솔직히...나 너무 힘들더라..그리고 세상이 원망스럽고..괴롭고..
담임이란 인간..너무 미웠고..친구들 보기도 창피하고...."
"야 그게 무슨 소리야..그럴수록 마음 독하게 먹고 살아야지.."
"그래...네말도 맞어..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더라..그래서 계속
여기저기 쏘다녔어..그러다가..어제 저녁쯤에..다리가 너무 아파서..
길에 주저앉아 있는데..길건너에 성당이 보이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성당을 들어 갔고..그냥...멍하니 십자가를 올려다 보니..
막 눈물이 나는 거야.."
"휴...우......그..래..서...?"
"근데 그때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길래 돌아보니 신부님이
잠시 얘기좀 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첨엔 주저했는데...솔직히..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픈 생각도 들고..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낫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그 신부님한테 모든 얘길 다했어..."
"그랬구나....."
"담임 얘기..우리집 형편..더이상 공부하기도 싫단 얘기..너무 괴롭고
힘들단 얘기...솔직히 내가 잘못한거 아니자나..다 털어놓고 나니....
조금은 맘이 가벼워 진 것 같기도 했는데....조용히 듣고 있던 신부님이.."
".......?"
"신부님이 그러는 거야...그렇군요..담임선생님이 경솔했군요..학생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경솔한 언행과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선생님이군요..하시더니..
근데..학생...내가 정말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대답해 줄래요?라고 하더라고.."
"..머가 궁금하데..?"
"그런데 학생이 이렇게 괴로워 하는 이유는 머냐고 묻더라고..첨엔..신부님이
날 가지고 장난하나 싶기도 하고.. 여태까지 얘기 다 들어놓고 몰라서 묻냐고
한마디 하려는데..신부님이 그러는 거야.."
"머라고..?"
"신부님도 나도...나에게 잘못이 없고...다른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는 걸
아는데..왜 내가 괴로워하고 방황하냐고 묻더라..."
"......"
"솔직히 조금 멍했어...할말이 없더라고..내가 왜 괴로운지..그러다
잘못없이 당해서 분하고 괴롭다고 그랬더니...괴로움과 고통은 잘못한 자의
몫이라는 거야..."
"흐...음..."
"분함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라고...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괴로워하지 말라더군...그리고 집에 오면서 곰곰 생각해봤더니...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이게 내가 다시 학교 오게된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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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그때의 신부님 말씀을 저는 때때로 떠올립니다...
"괴로움과 고통은 잘못한 자의 몫이다...."
제게는 타인에 대한 미움을 조금이라도
덜 갖게 하더군요.... 오늘 문득 기억나서 썼습니다...
님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좋겠네요.....
ps: 좋은 글과 나누는 것만큼 삶에 재충전의 시간으로 좋은 건 없는것 같아요. 특히 본인이 직접 경험한것을 나누는것만큼...
사실 우리가 모든걸 다 경험하구 느낄순 없잖아요.?!?
그래서, 유영재 아나운서의 감성사전이 제게 더 소중히 다가오는것 같슴다. 저 지금 바램이 하나 생겼는데요. 아나운서님의 사인이 담긴 책으로 선물을 받구 싶어졌슴다. 영재의 감성사전 새해 선물로 받아 볼수 있는지요....
신청곡두 있슴다. 어제 조용필씨의 부인이 별세하셨죠. 그분이 꿈과 친구여를 좋아 하셨대요. 조용필의 꿈을 듣구 싶습니다. 제 애창곡 중 하나거든요. 낼 수욜 방송때 틀어주시리라 기대하겠슴다.
[♡좋은글♡] 아따 좋은글이구만,,,기대하시라
한혜경
2003.01.07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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