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해 (익명부탁)
김남식
2013.11.05
조회 76
애청자입니다.
11년 전 전 수능을 보고 실력도 있었지만 운도 좋아 제가 원하는 학교, 학과에 가게 되었고 캠퍼스의 낭만을 1년 동안 미친 듯이 즐기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의미없이 보내다 군에 다녀왔고 복학생의 신분이 되어 학교로 돌아왔지요. 그동안 국방의 의무를 지고 왔던 관계로 학과 공부가 많이 부족해 학교 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하루 하루를 재미없게 지루하게 보내던 중 같이 공부하던 친구와 휴게실로 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나오는 중에 갑자기 뛰어오는 여자 애를 보지 못하고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전

저 :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친구 : 미안하게 됐습니다.

라고 친구와 함께 사과를 하며 떨어진 책을 주워 부딪친 여자애에게 돌려주었는데 그 여자애는 이상한 손짓만 하고 그냥 가버리는 겁니다. 저는 친구에게

저 : 야 뭐 저런 게 다 있노? 지가 부딪쳐 놓고는 우리가 사과하고 지는 그냥 가버리고..

말하자 친구는

친구 : 니 저 애 모르나? 유명한데...
저 : 와? 싹수없기로 유명하나?
친구 : 그기 아이고... 저 애 우리 학교에서 인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데...
저 : 치아라.. 꼴에 인물 값 한다고.. 예의도 없고..
친구 : 그게 아니라니까. 저 애 청각장애 있다. 인물이 아깝지..

그 때 저는 그 여자애가 한 이상한 손짓이 수화라는 걸 깨달았고 도서관에서 오며가며 몇 번 마주쳤습니다. 저는 속으로 ‘ 우와 이쁘긴하네.. ’ 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이상한 게 제가 그 여자 애를 하루에 한 번씩 보려고 일부러 잘 마주치는 그 시간대에 알람을 맞추고 알람이 울리면 밖으로 나와 커피를 들고 기다리는 겁니다. 괜시리 못보면 공부도 안되고 왜 안보이는지 궁금하기까지 했습니다. 네.. 짝사랑에 빠진 거 였습니다. 저는 ‘ 그래.. 내가 수화 좀 배워서 다가가보지 뭐.’ 이런 결심을 하고 그 날부터 전공 공부는 뒤로 미루고 수화 독학에 빠졌습니다. 수화에 매진하면서도 빠지지 않고 그 시간대에 나가 그 여자애를 보고 돌아 다시 수화를 독학했습니다. 한 달 반 정도 독학을 하자 천천히 하면 간단하게 단어로 제 의견을 수화로 표현할 수 있게 되어 그 여자애에게 말을 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디데이가 왔고 그 시간대에 나가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다가오는 걸 보고 전 가서 수화로 ‘ 안녕하세요. ’ 라고 했지만 제 수화 속도가 늦어 그 여자 애는 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바로 뒤로 돌아가 그 애 어깨를 잡았고 그 여자 애는 놀라 절 쳐다 보았습니다. 그 때 전 다시 어색하게 웃으며 수화로 다시 인사를 하니 그 여자 애는 인사를 받으면서 이상하게 절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그 인사가 제 수화의 시작이자 끝이었습니다. 그 여자 애를 정면으로 가깝게 쳐다 보고 있으니 그만 머릿 속의 수화 동작들이 다 지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황하지 않고 입모양을 최대한 정확히 하여 말했습니다.

저 : 잠깐만요...
그러자 그 여자 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찍어 보여줬습니다.

저 : 많이 놀라셨죠? 전 그 쪽 하루에 1번은 규칙적으로 봤는데...
그 애 : 네..

그 여자 애는 단답형의 대답을 문자로 찍었고 다시 전 과감하게

저 : 저기 그 쪽한테 관심이 있습니다. 이성으로요. 그 쪽에 대한 건 저와 같은 사람이고 그 쪽이 여자란 거 그리고 특별한 재주가 있다는 것만 압니다.
그 애 : 전 특별한 재주도 없구요, 그 쪽과 많이 달라요.

그렇게 문자를 찍고 인사를 하고는 자기가 가던 길을 갔습니다. 전 오기가 생겨 포기하지 않고 그 이후로 9번을 더 도전했고 그 여자 애의 허락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캠퍼스 커플이 되어 학교를 휩쓸고 다녔고 모두 이상하게 봤지만 주위 시선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 운이 좋아 졸업반 때 괜찮은 곳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중...

친구 : 야 니 진짜 계속 사귈끼가? 니 이제 취업도 했는데 진짜 결혼할 여자 만나야지..
저 : 정신차리라. 임마. 당연히 연희랑 결혼해야지.
친구 : 니나 정신차리라. 결혼? 느그 부모님 허락 받았나? 결혼 할 자신없음 빨리 끝내라.
저 : 걱정마라. 내짝은 연희다.

그렇게 자신있게 말했지만 솔직히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걱정은 됐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외동 아들만 바라보고 사셨고 뒷바라지를 해오셨기에 누구보다 저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전 이미 결심한 상태였기에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전 그날 연희를 만나 얘기를 하려 했는데.. 연희가 그날 먼저 말을 했습니다.

<수화>
연희 : 오빠 우리 헤어져요.
저 : 무슨말이고? 결혼해야지.
연희 : 오빠. 우리가 결혼하면 다 비웃어요. 병X이랑 결혼한다고.
저 : 누가? 니가 왜 병X인데.. 다시는 그런 말 마라. 내 우리 부모님한테도 허락받을끼다.
연희 : 아뇨. 그러지 마세요. 저 이제 오빠 안만날래요. 오빠 부모님이 허락해도 제가 싫어요.

그리고 연희는 매몰차게 돌아서 갔습니다. 그리고 연희는 계속 제 연락을 무시했고 받지도 않았고 답도 없었습니다. 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집으로 가 허락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향해 연희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어렸을 때 열이 심하게 난 다음에 귀에 이상이 와 장애가 있다는 것과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할머니께서 키우셨고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이쁘고 착하다고 무엇보다도 제가 너무 좋아한다고 결혼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아버지께서 정적을 깨셨습니다.
아버지 : 하나만 묻자. 니 후회 안 할 자신있나?

아버지의 뜻밖의 물음에 전 바로

저 : 네. 절대 안합니다.

어머니 역시

어머니 : 아부지가 허락했음 나도 됐다. 니를 믿으니까.
저 : 감사합니다.
아버지 : 그 애 할머니 찾아 뵙고 놀라지 않게 말씀 잘 드리고 시간되면 그 애 데꼬 와봐라.

그렇게 의외로 손쉽게 허락을 해주셨고 전 바로 야간 기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저는 올라가는 도중에 프로포즈를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그 애가 저에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가사를 편지로 적어준 노래. 바로 ‘김현성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수화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노래에 맞춰 연습만 하였고 나중엔 노래테이프가 늘어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주말 저녁 무작정 그 애 집앞으로 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저쪽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희였습니다. 그 순간 바로 뛰어가 손을 잡고 얼굴을 봤는데 며칠 동안 많이 야위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울컥했지만 연희가 손을 빼려하자 저는 참고

<수화>
저 : 5분만.. 나만 봐줘. 나만. 부탁이야.

그리고 전 듣지 못하지만 연희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 주었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우리는 여기까진가요. 죽어도 난 아닌가요. 이해해보고 싶지만 그게 안되나봐요.. ’ 노랫말에 맞춰 진심을 담아 울면서 수화를 했고 그걸 지켜보던 연희도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 끝나자 저는 다가가

저 : 연희야 내 소원은 너랑 늘 함께 하는 거야. 내 소원 들어주면 안돼? 우리 부모님 허락하 셨어. 내가 지금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고 니편만 들어줄게.

라고 수화로 하였고 연희는

연희 : 고마워..오빠.. 나 같은 게 뭐라고.. 사랑해..

라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연희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고 허락을 받았고 저의 집으로 가 제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이제 작년의 일이고 이제 전 연희와 11월 30일 토요일 저희는 하나가 된답니다.
연희야 우리 잘 살자! 내가 잡혀서 살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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