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에는 허물이 없다. 사방군데 고쳐 꿰멘 양말이 우물가 도랑물을 헤치며 다니고, 밤새 지린 기저귀를 흔들어대도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똥의 색깔을 보고 건강을 걱정해 준다.
옛 빨래터는 지금의 국정원을 뺨친다. 간 밤의 음담패설이 오가고, 누구네집 여식이 읍내의 씨앗가게 아들과 눈이 맞았다는 '풍선비어'가 속삭여진다. 10리 밖 잡다한 소식이 두레박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저녁 밥상에 오른다.
빨래터는 마을을 움직이는 사령탑이었다. 빈부를 거부하는 도도한 물줄기였다. 가식과 위선이 파고들 수 없는 '자연의 샘' 그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세탁기가 하얀 가루세제를 머금고 휘돌아친다. 세탁기가 몇 차례 구역질하더니 이내 비틀린 빨래가 베란다, 주방, 안방 건넌방 곳곳에 널브러진다. 하루 종일 햇살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빨래는 우리를 감춘다.
박혜경-하루
유열 서영은-사랑의찬가
이소라-처음느낌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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