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김꼬마
2003.03.28
조회 103
어제 낮..엄니 입으시던 옷가지들을 챙겨가시려 이모님이 들리셨습니다.
오전내내 큰숨 쉬고 마음 단단히 먹고 버텼는데 이미 붉어진 눈시울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이모님을 대하는 순간, 그전의 모든 다짐은 무너져 내려 인사한마디도 채 못하고 주저 앉아서 엉엉 울어버렸답니다.
그래요. 언젠간 이 눈물도 마를 날이 있겠지요.
일년을..십년을 한결같이 먼저 가신 엄니 생각하며 울진 않겠지요.
그냥 울 수 있을 때까지 울어 보렵니다. 누가 뭐라던가요. 엄니 그리워 운다는데......

그렇게 낮부터 시작된 울음이 이모님을 보내드리고 나서도 쉽게 그쳐지질 않더니 오늘 아침 결국은 이렇게 팅팅 부어버렸어요. 가뜩이나 조그만 눈은 치켜 뜨기도 힘이 들구 물론 쌍거풀은 찾아볼 수도 없구..딱 이면수 사촌같네요.

무거운 머리로 버겁게 일어났습니다.
아침일과 대충 마치고 다시 누우려 이부자리도 정리하지 않았는데 거실에 쭉 늘어서 있는 화초들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요.
거의 1년 동안을 마지 못해 물만 얻어먹던 화초들.
엄니 병간호 한다는 핑게로 때론 제 때 물을 주는 것 조차도 번거롭게 느꼈던 기억들.
사방으로 자란 잎이 무거워 휘청거리며 묶어 주길 기다리는 애(이름도 잊었네요)도, 키가 부쩍자라 분갈이를 해 줘야 할 듯 싶은 마지나타도 오늘따라 왜 이리 애처롭게 보이는지...
거실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잎에 앉은 뽀얀 먼지들이 맘을 시리게 하고...

모처럼 마주하고 앉았는데 퉁퉁부은 얼굴이 좀 미안하더군요.
화초들이 그랬을거 같아요. 우리 주인 얼굴은 큰 바위 얼굴....
우유를 묻혀서 닦아준 잎들이 반짝거리는게 마치 꽃단장한 새색시 같기도 하고,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꼬마가 얼굴에 크림을 바른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기분 엎 되었습니다.
머리 무거운 것도 한결 나아진 듯 싶고..
한 템포 쉬어가니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갈 맘은 사라지고..
말이 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답니다.

지난주 일요일 엄니 발치에 심어두고 온 히야신스며 몇가지 묘목들이 자릴 제대로 잡고 섰는지 궁금합니다.
엄니가 그리워 우는것도 그른 일은 아니지만 그럼 또 우리 엄닌 제 걱정을 하셔야 하니 그것도 걱정이네요. 그치만 엄니..너무 염려치 마세요. 이젠 회사도 안가는 걸요. 출근할 때야 얼굴 부으면 안된다고 신경을 썼지만요..그리구 설령 부은 얼굴로 나가면 또 어때요.제 얼굴에 보고픈 엄니 얼굴 하나 더 얹었다고 생각할래요. 아시겠죠...

중얼중얼거리던 글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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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 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유가속님들 가슴에 부모님의 안부와 사랑이 머물 수 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아참...
정성자님, 이삼원님. 제 글에 가끔 덧글을 남겨주셔서 많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곤 했었는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는게 넘 늦진 않았나 싶네요.
잠결에 새벽 한기를 느끼며 끌어당겨 덮은 이불의 포근함..그런 따스함을 주셨답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동숙작가님, 우호피디님, 영재님은 물론이구요.
부디 이글을 보실 수 있음 좋으련만....

듣는 행복이 너무도 커서 선곡해 주시는 곡으로 제 신청곡은 대신하며, 고마운 정성자님과 이삼원님과 함께 들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많이 사랑하세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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