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 온 세상이 가장 이쁜 색으로 떠들석한 크리스마스 다음날이
저희 엄마 생신이었어요.
바쁜 연말이면 다가오는 엄마 생신에,
선물도 고를 시간이 없어 그냥 동생이랑 봉투에 약간의 용돈을 넣어
생일케익과 함께 생일 전날인 크리스마스에 간단하게 파티를 했답니다.
엄마 생일 아침이 되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요일의 아침을 준비하며, 아침밥상에서 저는 엄마에게
"엄마, 국은 없어요..?"라며.. 툴툴대다 밥도 먹는둥 마는 둥하며.. 나왔죠.
출근길에 아빠에게 온 메세지로부터 제가 뭘 실수햇는지 알았습니다.
"엄마 미역국은 끓여줬니?"
앗차! 왜 생일아침밥상에 미역국을 잊고 있었을까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회사 눈치보며 30분 일찍 퇴근하여 집에 왔습니다.
"나 엄마 미역국 끓여주러 일찍들어왔는데!"
"됐어.. 너 저녁은 먹었어? 저녁이나 챙겨먹어." 하시더니..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헬스장 아줌마들이 딸래미들이 미역국 끓여줬냐길래, 끓여줬다 그랫다."
하시며 못내 서운하셨던 마음을 말씀하시더라구요.
"아... 엄마 진짜 미안, 내가 이것저것..너무 신경쓸일이 많았던터라,
정말.. 생일미역국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뭐야."
하며 뒤에서 꼭 앉아줬는데, 엄마... 아무말씀도, 눈길도 없으시더라구요.
"친구들 생일은 그렇게 잘 챙기면서,
엄마 아빠 생일은 격식만 차리면 끝나는거니..? 내가 .. 내가 잘못가르쳤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런거 아니라며 손사래치며 말했지만..
사실.. 마음을 들킨것만 같아서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한편으로는 미역국 하나에 그렇게 서운해하는 엄마에게 내가 도리어 서운해서..
방문을 닫고 한참을 들어가 꾸역꾸역 울었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과, 지방에 계셔서 많아야 한달에 한두번 올라오시는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는 사랑의 열심으로 저희 두 자매를 키우셨지요.
그런 엄마를 무서워하면서도 참 많이 믿고 의지하며 저희는 잘 자랐습니다.
주변 어르신분들도 힘든 형편에 자식들 잘 키웠다며 저희 엄마의 등을 많이 다독여주시기도 하셨지요.
누구보다 엄마를 가장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큰 딸로서,
우리 엄마는 평생 자식에게 서운한거 없도록 행복하게 해드려야지!
라는 마음을 먹지만..
자식은 정말 이기적인것 같습니다.
세상의 일 앞에선 부모님이 뒷전이 되버린 못난 자식이 되어버렸네요.
아마, 제가 방에 들어가 한참을 울었던건..
엄마의 섭섭했던 한마디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실망하고 화가 났기 때문일 수도 있던거 같습니다.
엄마에게 미처 챙겨지 못한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 멀리 떨어져 지내느라
함께 좋아하는 콘서트 한번 같이 못간 우리 부모님에게
멋진 데이트를 선물하고 싶구요..
노래방 가면 두손에 마이크 꼭 쥐고 노래부르던 유리상자 노래..
우리 엄마와 아빠에게 멋진 라이브로 선물해주시지 않으실래요?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엄마, 내가 진짜 엄마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신청곡 - "겨울아이"

변명을 위한 생일선물이 필요해요.
이지혜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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