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합니다. 어설프게 키타 치며.
최미란
2003.05.22
조회 59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을때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미팅도 아니고 화장도 아닌 키타를 배워 보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여자가 무슨? 절대 사주실것 같지 않고 그때 날 무척 귀여워해 주시던 하나밖에 없는 고모가 내 소원을 들어 주게 되었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 산 키타. 그 이름하여 세고비아 키타.
서점에 들러 교본 사고 어설프게 띵가 띵.
손가락은 왜 이리도 뻣뻣한지.
아무리 연습해도 코드가 잘잡히지 않아 손에 쥐가 나고.
그래도 난 열심히 키타줄을 튕겼으니
그때 연습하며 부르던 노래는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죠.
한소절 튕기고 버벅거리고.옆에서 지켜보던 동생들 "누나, 제발 끝까지 노래 부를 수 있게 할 수 없어."
어디 난들 그러고 싶지 않냐구요?
아무튼 국내 가요 한곡 그렇게 연습하고
이젠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서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 로망스.
첫소절은 그런데로 연주할만한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허걱.
앞부분만 줄기차게 연주하다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키타는 내 곁을 떠났죠.
아니 내가 버렸습니다.
그ㅡ 키타 제 남동생이 주워 또 띠디딩.
아직도 고향집에 가면 장농 위에 조용히 자리 잡고 누워있습니다.
오늘 이 숙제를 하다 생각해 보니 키타가 불쌍하네요.
주인 잘못 만나 제대로 실력 발휘 한번 못하고 잠만 자고 있으니.
지금 전 키타 연주 듣는 것을 좋아해요.
노래할 때 누군가 곁에서 키타 반주 넣어 주면 맛 나죠.


7,80년대 노래는 대부분 청바지 입고 통키타 연주.
바로 유가속에 자주 들려 주는 그런 분위기의 노래들.
오늘 그 중에 한곡 김피디님이 잘 선곡해서 들려 주신다면 더 살맛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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