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적에 단오는...
남왕진
2003.06.03
조회 106
나 어렸을적에 단오는 참 낭만적이었고 동네마다
큰 행사가 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큰 느티나무 아래 동네 청년들이 모여서 집집마다
내다놓은 볏짚으로 가는 새끼를 꼬거나 짚을 길게
비틀어 연결해서 그네를 만들려고 굵은새끼를 꼬면서
단오행사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던 그때가 떠 오른다.
꼬마였던 나는 형들 심부름 하느라 볏짚을 작은
손으로 한주먹씩 쥐어주며 굵은 새끼줄이 끊어지지
않고 길게 늘어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고 가끔은
술도가에 가서 찌그러진 양은주전자에 출렁거리는
막걸리를 받아 들고 오다보면 고무신 속으로 튀어
들어와 발이 미끄러질때도 있어서 막걸리가 쏟겨서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굵은 새끼줄이 완성 되면 물에 한번 축인 다음
커다란 나무위에 올라가 가는 새끼줄로 연결해서
단단이 묶은 다음 축 늘어진 그네높이를 조정하고
발판을 얹어서 그네가 완성되면 단오준비는
끝이났고 뒷풀이는 언제나 막걸리 마시며 그날
하루만이라도 일에서 해방되는 날이었다.
단오때마다 우리집에서도 쑥떡을 했고 집집마다
맛보라고 떡돌리던 기억도 나고, 길게 땋은
머리에 창포를 꽂고 붉은 댕기를 맨 멋쟁이 누나는
이웃동네 그네타기 대회때마다 참가하여 항상
상품을 많이 타오기도 했다.
세숫대야와 양동이를 타올때도 있었고 그네 타기
대회가 끝나고 저녁이면 노래자랑도 했었는데
"처녀뱃사공"을 유난히 잘불렀던 그누나는 인기가
정말 대단했고 노래자랑 대회서도 함지박과
주전자를 부상으로 받아왔다.
학교 갔다오는 길에 형들이 이웃집 누나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배달도 가끔했던 그때가 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호기심에 몰래 읽어보았지만 그때는 어려서 무슨
뜻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언제나 너만 좋아한다는
기억은 뚜렷한듯하다.
단오날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강가 버드나무에
메어놓은 그네타기를 했고 남학생들은 강변
모래밭에서 씨름대회를 했었는데 키가 작았던
나는 이길때 보다 질 때가 더 많아서 작은키가
항상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네 타는데는 자신
있어서 친구들과 멀리 뛰어내리기할때는 일등을
자주해서 씨름에 진 분풀이를 할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었고 어떤 친구는 재주 부린다고 까불다가
그네에서 떨어져 앞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앞니 부러진 그녀석 때문에 같이 그네탄 친구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친구 엄마한테 혼이났던
기억이 있다.
이튿날 학교에서 친구 엄마한테 혼 난것보다 더 친구를
혼내주던 그 어릴적 추억이 너무나 그리워진다.
덧 없는 세월은 흘러 동네 총각들
애태우던 멋쟁이 누나도 이젠 오십줄에 접어들었고
키 작았던 꼬마도 마흔이 훌쩍넘어 흰머리 듬성듬성
보이고 눈가엔 잔주름이 늘어가지만 인심 좋은
동네 푸줏간 털보 아저씨가 되었으니 세월참 많이도
흘렀나 보다.
지금도 단오 때 그네 타는 곳이 있다면 아련히
떠오르는 그때 그시절로 달려가 그네 한번
신나게 타보고 싶어진다.

최헌:순아
이선희:아옛날이여
임희숙:내하나의사람은가고

시흥시 신천동 제일정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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