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저수지 바닥보다 말라버린
가슴에 심어 놓은 것일랑 뿌리 뽑아 내동댕이치자.
살 수 있다고 설득시키던 사람들은 도망쳤다.
하늘도 인내의 뿌리까지 거들먹거리다
이젠 바람개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익어갈 뿐!
아무도 낫을 갈면서 풍년가를 배우려 하지 않았지.
전쟁이었으면 다행이 그 뭐라도 좋으니
목숨 뻗어가길 포기하고 제 몸무게를 감당 못 해
무릎 끓은 벼들을 봐라!
태풍에 타 들어간 농작물 누가 불질렀는가?
새까맣게 숯덩이 되었고 병충해로 구멍 뚫린 이파리보다
우리의 가슴을 짓밟는 것은 땀흘렸던 흙이 아니었는가!
떠나자.
우리의 가슴에 금이 간다면 안 될 것이다.
가을을 기다리다 비명지르는 흙을 보라!
걷지도 떠나지도 못해 묵묵히 기다리는 것을
인내라고 가르치기엔 원망스럽다.
해년마다 병충이 가슴에 살아있어 고통을 당한다.
허수아비 한번 세우지 못하고 시름시름 꺼져가는
불씨처럼 번져가는 손 부르트도록 감사했는데
떠나야 하는가!
왜? ----------------------------------<(백제인)
"참새와 허수아비"
"참새의 하루" 중에서 하나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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