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이는 스타야 !(보건실의 어느 날 일기)
가연이는 인형같이 작은 아이다.
얼굴도 작고 맑은 눈은 더더욱 작은…….
가연이는 2학년이지만 혀가 짧은지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자기이름을 말해도 잘 알아들을 수가 없는 아이다.
보건실에는 거의 매일 와서는 눈도 안 맞추고 혀짧은 말로
“머리 아파요.”
“열나요.”
이 두 마디만 번갈아서 하고는 조용히 서있는 작은 가연이…….
가연이 “열없네?” 하면서 엉덩이를 토닥거려주면
또 아무렇지 않게 교실로 돌아가는 작은 아이!
특수반에서 수업을 해야 할 정도의 학습수준이지만
어머니의 희망으로 일반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작은 가연이 !
4월의 어느 아침 !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눈물을 흘리면서 보건실에 들어 온 가연이 !
“왜 그래요 ?”
가연이는 아무 말도 못하는데 함께 온 아이들이
제비처럼
“가연이 다쳤어요.”
“가연이 손가락 아파요.”
야단이 났다.
“누가 그랬어요 ?”
아이들은 아무 말도 안했다.
모두들 자기들이 잘못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서로를 쳐다보며
누가 그랬을까? 하고 궁금해 하는 듯 했다.
그때
조용히 한아이가 고개를 들고는
“ 가연이…….
가연이
가연이가 그랬어요.”
모두들 가연이가 다친 것이 자기들 탓인 듯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예쁜 마음을 읽고는 내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가연이는 자기 손가락을 다 빼지도 않고 교실 문을 세게 닫아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상처는 조금 있었지만 손가락은 괜찮았다.
이때, 보건실 밖이 갑자기 시끄러웠다.
가방을 멘 채로 달려 온 아이,
신발을 보건실 복도 멀리까지 벗어 던지고 급히 뛰어 들어 온 안경 낀 남학생!
“가연이 다쳤다며 ?”
“가연이 어때 ?”
소리치며 들어오는 아이들!
보건실은 갑자기 가연이라는 연예인과 팬들이 모인듯했다.
“가연이 괜찮아요!”
라는 내말에
아이들은 다같이 환호를 질렀고 눈물을 글썽이는 여학생도 있었다.
가연이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반창고를 감아주면서
오십년의 인생을 살아온 내 마음에
가연이와 친구들이 반창고를 감아주는 것 같았다.
보건실입구에 담임선생님이 미소를 머금고 가연이와 친구들을 지켜보고 계셨다.
담임선생님도 나도 눈에는 물기가 젖어있었다.
어느 영화를 한편 보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
어느 책 한 권을 읽고 이렇게 감동 받을 수 있을까 ?
어느 풍경이 내 앞에 이렇게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을까 ?
늘
아이들은 우리를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가연이는 지금도 친구들의 맑은 마음이 있는 교실에서
작은 인형 같지만 예쁘게 자라고 있다.
아름다운 라일락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교실에서…….
아이들이 그립고
그 아이들이 생각나는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부끄럽게 옛날이야기를 써 봅니다.

자전거탄픙경의 "보물"이 듣고 싶어요. 아이들이 그리운 날에...
원영희
20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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