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발자국
김진도
2014.04.16
조회 242
마침 이번주의 주제가 '오해'이군요 몇년전 생각나는 오해가 생각나서
글 올립니다..

제목 : 하얀발자국

지금도 알싸~한 행복감에 미소짓게 만드는 5년전의 그사건을 소개할까
합니다.

10년간의 연애후 결혼한 마눌님... 집사람은 마음착하고, 어른공경하고
애들한테 다정다감하고 나무랄데 없는 사람입니다...

딱, 한가지만 빼고 말이죠.

저는 어려서부터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까다로운 군대생활을 해서
그런지 집안이 어지럽혀져 있는꼴을 보지 못하면, 뭐든제 네모 반듯하게
있는것을 좋아하는 반면, 집사람은 자유스런 분위기의 어린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 '애들 있는집이 다그렇지~뭐, 이거 나중에 치우지~뭐' 이런식으로
생각해서 신혼때 부터 조금씩 정돈,청소문제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신혼때야 그럭저럭 지났지만, 이런 불만이 쌓이다보니, 사소한 문제로 자주
화를 내게되고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라도 있을라 치면 더욱 청소문제로
많이 다투게 되었답니다.

그사건이 있게된 하루전, 방바닥에 널려있는 애들의 옷가지며 양말들로
대판 싸우는 일이 발생하였고, 다행히 한시간만에 서로 성의껏 치우며
살자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도 너무 민감하게 군거같아 미안했고,집사람도 저 퇴근시간에는 조금
신경써 정리 하겠노라 다짐도 하고, 기분좋게 서로 캔맥주도 마시고 화해
를 했더랬습니다.

다음날, 외식이라도 하려고,기분좋게 꽃다발을 사들고 현관문에 들어선
순간, 저는 꽃다발에 바닥에 팽개치고 말았습니다.

거실 바닥에 널려있는 휴지, 여기저기 마룻바닥에 흩어진 정체모를 액체들
...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집사람의 노랫소리..

그렇군, 이사람은 나를 무시하고 있어.....내이번엔 그냥넘어가지 않으리라.

여~보~옷......다앙신...뭐하는 사람이얏! 바로 어제 잘하자고 해놓고
내 퇴근시간에 일부러 이런거얏..뭐얏......

모가지가 댕겅날아간 장미다발로 집안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화장실에서 아이 씻기다. 부랴부랴 나온 집사람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굴뚝같은 후회를 한것도 이때부터 였구요...
.
.
.
.


그게 아니고..실은.....엉엉
아까 우리 민주가, 우유먹다 엎질렀는데, 그걸 밟고 지나다니는데...

발자국이 너무 앙증맞고 예뻐서 닦을수가 없었어.......
6살짜리 꼬마를 안고 집사람은 엉엉울기시작했습니다.

정말 이제보니, 하얗게 우유묻은 꼬마 발자국이 마치 까치발자국처럼
여기저기 앙증맞게 이방저방 나있는것이 었습니다.

띠이잉~ 이게 뭐꼬.... 저는 순간 정신이 혼미함을 느꼈습니다.
가난한 나에게 시집와 나와 애들을 이토록 사랑하는 집사람에게...
나는 조금 정리 안되어있다는 이유로..이게 뭐라는 말인가.....

집사람은 저를 무시한게 아니라, 너무나도 사랑하고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결실인 우리 아이도 말이죠.....

너무나, 무안하고 미안했던 그때... 저는 저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집사람의 마음을 자초지종도 알아보지 않고 '오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이후로 저도 너무 까다로운 마음 먹지않고, '애들있는집이 그렇지'
라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고, 아직까지 살고있는 그때
그집 그자리에 가끔씩 그 발자국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민주야 사랑해!'~ 물론, 여보야도~!!


신청곡은 : 바비킴의 고래의 꿈 입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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