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7 진도 앞바다
강세환
2014.04.19
조회 256
수학여행 길로
짙은 안개 속에서 무리한 출항 끝에
진도 앞 바다에서
숨어버린 그대들이여!
 
늘 어린 줄만 알았고
늘 철부지인 줄만 알았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둡고 고통스런 좁은 배 안에서
서로를 위한 격려를 서슴지 않았고
서로를 위하고 도우며
힘든 사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사랑하는 가족에게
평소 하지 않았던
세상 어느 곳에서도 가장 존귀한 말 한 마디
사랑했다는 말 한 마디 끝내 하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끝내 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비친 휴대폰의 불빛 속에
남긴 그 한 줄 문자
‘엄마, 사랑해요. 사랑했어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또 우리 곁에서 일어났구나.
 
시랜드 사고로 눈물 흘리며
이것이 마지막 눈물이길 바랐었는데
어찌 우리는 천안 함에서 다시 한 번
눈물을 또 흘렸었는데
그 눈 물 또 한 마지막 눈물이길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였건만
우린 또 한 번 경주에서
가슴을 찌르는 통증을 느끼며 눈물 흘렸는데
어찌하여 우린 지금
진도 앞바다의 사진을 보며
또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가!
 
내가 믿는 신은 정녕 없는 것인지
그렇게 간절히 믿고 기도하였건만
그 신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또 외면하고 마는구나.
 
아!
떨리는 가슴
솟구치는 분노
 
가눌 수 없기에 또 한 번 그 아픔을
눈물로 채우고 있구나.
 
그대들을 생각만 해도
그대들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솟구치는데
왜 우리는 그대들의 그리움을
고작 눈물로만 대신 할 수밖에 없는가!
 
너무 슬프니 헛웃음이 나오고
헛웃음이 나옴에도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는구나.
 
그리운 그대들이여.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이제 숨바꼭질은 끝났으니
이겼다고 그 어둠속에서 나와
술래의 등짝을 힘차게 때려주려무나.
 
왜 이제 찾았냐고
힘껏 잔등을 대려 주려무나.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이 숨바꼭질 놀이
그대들이 너무 꼭꼭 숨었기에
술래 하나가 찾기 버거워
많은 곳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난
수많은 술래들
그 술래들의 노고에 헛되지 않게
어서 빨리 나타나
그 술래들에게 함박웃음을 전해주거라.
 
나 역시 그대들의 함박웃음을
눈물을 흘리면서 바라보고 싶구나.
 
숨다가 지쳐 깊은 잠에 들었다면
차라리 인기척이라도 해 주려무나.
 
그럼 술래들이 찾아내기도 쉬울 텐데
왜 그리 어둡고 추운 곳에서
자꾸 깊은 곳으로 숨으려만 하느냐.
 
이제는 숨바꼭질 끝났으니 돌아와 다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제발 좀 돌아와 다오.
 
숨바꼭질이 끝났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냐.
이 철부지 청개구리들이여
 
언젠가는 다시 만날 우리들
그때는 서로
아픔 없이 사랑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끌어안으며
반갑다고, 보고 싶다고
그리고
기다렸다고 말하고 싶구나.
 
삼풍의 기적을 본 만큼
그 기적이
진도 앞 바다의 기적으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희망을 주길 다시 한 번 간절히 기원하노라.
 
보고 싶다.
사랑한다.
그리고
힘을 내거라.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신청곡 윤태규의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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