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2002년 6월 22일 바로 스페인전을 하는 날 결혼식을 했습니다.
불과 일주일여전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 선수의 결승골과 함께 우리
결혼식날 30여분 뒤에 스페인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지금의 아내는 지인들로 부터 축구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에 못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저보고 왜 하필 그 날을 결혼식 날로 잡았냐며 울면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식 직후 축구경기를 볼 수 있도록
예식장 주변 호프집을 예약하면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1시간동안
제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원망을 듣고 있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날 결혼식에 온 하객들의 복장은 참 다양했습니다.
예식장에서 볼 수 없는 붉은악마의 붉은색 공식 응원티를 입은 사람, 태극기를
들고 온 사람 등등....
물론 친구들 기념 사진을 찍을 때에는 태극기까지 펼쳐들고 찍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폐백이 모두 끝나고 저희는 식당의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이게 왠일입까..
이미 식당은 정리가 끝나고 불까지 다 껴진 상황.
저희 가족들은 밥도 안 드시고 모두 집으로 직행...
이런 결혼식이 어디 있습니까...
저희는 이후 모두 모여 축구 응원을 하고 있는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날 술값으로 80만원이 넘는 거금을 지출했습니다.
빈탄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거기서는 독일과의 4강전을 보았습니다.
물론 우리가 패했지만요..
거기에서 일하는 호주 청년은 제가 입고 있는 붉은 티셔츠가 갖고 싶다기에
경기 후 주고 왔습니다. 물론 그 호주 청년은 한국을 너무 열심히 응원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일로 인해 제 지인들은 저희 결혼식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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