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따지고 보면 손님이다
홍경석
2014.12.24
조회 33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래서 오후에 아내와 장을 보려고 전통시장에 갔다. 오는 일요일이 선친의 기일인 때문이었다. 조기와 한우, 그리고 북어 등을 산 뒤 술 따위를 더 사려고 마트에 들렀다.

그랬더니 섬유유연제 브랜드 ‘피죤’이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있었다. 싼 가격에 혹한 아내는 그걸 사고자 했으나 내가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저런 악질 기업인이 만드는 제품은 사지 마. 그래야 정신 차린다고!” “......!”

주지하듯 섬유유연제 시장의 1등 주자였던 ‘피죤’은 하지만 이 회사의 이윤재 회장이 청부폭행과 배임, 횡령 등 각종의 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는 물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서 기인했다.

‘피죤’은 이 회장이 1978년 설립한 회사로 국내 섬유 유연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그 회장의 떠들썩한 행보 이후 2010년엔 1532억 원이던 매출이 2012년에는 916억 원으로 급감하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마지막 손님>은 <우동 한 그릇>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일본작가 구리 료헤이(역자 최영혁 / 발간 청조사)의 그 ‘우동 한 그릇’에 같이 수록된 작품이다. 이 책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 한 소녀가 눈 속을 헤치고 과자를 사러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과자점 종업원 게이꼬는 이미 가게 문까지 내린 뒤였지만 자신이 일하는 가게의 과자를 사러온 소녀의 딱하고도 기특한 행위를 보고 다시 그 가게로 되돌아와 과자를 판다. 뿐만 아니라 게이코는 결국 죽는 그 소녀의 어머니 장례식까지 찾아간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까지 그럴 사람이 있을까? 하여간 지금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은 직원들을 ‘손님’으로 보지 않고 마치 하인을 부리는 양 그렇게 소위 무리한 ‘갑(甲)질’을 한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해 5월 터진 남양유업의 ‘막말 사태’ 또한 자신과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대리점주를 향한 본사 직원의 욕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부터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으며 이는 또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모자라 남양유업은 소위 ‘갑질 기업’의 대명사가 되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손님은 왕이다’는 말도 있듯 특히나 큰 기업일수록 손님 관리에 허술해선 안 된다. 자신의 오늘날을 있게 해준 직원과 종업원들도 따지고 보면 다 ‘손님’인 셈이다. 대한항공이 오늘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첩경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건 바로 현재의 가족경영 폐단과 폐해까지를 속히 버리고 진정성 있는 대국민사과와 아울러 직원들을 진정한 손님, 기왕이면 ‘마지막 손님’으로 아는 감사한 마인드로의 치환(置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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