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어제는 태근길에 딸아이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늦게까지 있다 내 태근시간에 전화를 한 거지요. 조금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기분좋게 '그러자' 했습니다. 차 안에서 딸아이가 묻더군요.
아빠는 엄마를 어떻게 만났어?
선 봤지!
엄마 첫 인상이 어땠어?
응, 그냥 그랬어!
그런데 어떻게 결혼했어?
딸아이가 그렇게 물으니 22년전 생각이 납니다. 그때 스물아홉이었는데 이모부님 소개로 우리는 시내 한 레스토랑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약속장소로 갔지요. 우리가 먼저 도착을 해서 기다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편에서도 도착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들어 오시고 상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들어 왔는데 첫 인상이 별로였습니다. 남색 투피스에 단발머리, 좋은 인상도 그렇다고 예쁜얼굴도 아니었습니다. 얼마 않있어 양가 부모님이 먼저 일어나시고 우리만 남게 되었는데 금방 어색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우리 좀 걸을까요? 했더니 그러자구 하더군요. 우리는 정처없이 시내를 걸었는데 식당안에 있을 때 보단 훨씬 편하더군요. 이야기도 잘 통했고 화제거리도 많았습니다. 그때도 이맘때라 쌀쌀했는데 불쑥 팔짱를 끼더니 우리 노래방 갈까요? 하는 거예요. 나는 어떨결에 네 그러지요. 뭐! 하구 대답하구 말았습니다. 그녀가 먼저 노래를 불렀는데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어떻게 불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녀가 노래를 무르는 동안 나는 맨붕 상태에서 정신없이 노래제목을 뒤졌고 결국은 아무것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어제밤에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가 하나 생각나는거예요. 이문세의 '파랑새' 였죠. 나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고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실 나는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음치입니다. 가사를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을 뿐더러 노래방도 그때가 세번째였는데 직접 마이크 잡고 노래 부른건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희한한건 노래가 되더라구요. 잘부르진 못했지만 그런대로 무난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이야기를 나중에 결혼하구 나서 집사람에게 들었습니다. 자기는 내가 노래를 잘부르는 사람인줄 알았다는겁니다. 자기는 가수중에 이문세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문세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는 남자는 처음 봤다는거예요. 이렇게 우리는 약간 서로어긋난 상태에서 시작을 했는데 만날수록 내 실체가 점점 밝혀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지기 지작했지요. 1년 뒤에 우리는 결혼을 했지만 나는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차안에서 딸아이와 그때 그노래 파랑새를 불러 보았는데 결코 쉬운 노래가 아닌더군요.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취향도 참 특이하다.
... ...
오늘은 제대로 된 이문세의 파랑새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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