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남편의 노래
오지혜
2015.02.11
조회 41
저는 연애다운 연애경험 한번 없이 서른 넘게 그냥 저냥 그렇게 지냈습니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근심덩어리 노처녀였고요
"넌 대체 언제 결혼할래?"
엄마의 입버릇 같은 성화에
"때되면 간다니깐!!!"
아주 자신감 넘치고 교만한 자태로요

허나 속은
"난 왜 남자친구 하나 없는걸까? 뭐 문제있나?"
이런면서 속앓이가 심했죠

소개팅도 몇번 했으나 영 시원찮았어요
물론 안될때마다의 그 심정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수 없는 비참함과 처량 그자체였죠

그리 우울한 시간들을 보내다 우연찮게 소개팅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뭐 역시나 기대없이 터덜터덜 그렇게 나갔던것 같아요
근데 웃긴것 상대방 역시 아무 기대없이 나온 티가 확 나는거에요
'뭐지? 나야 여자니깐 그렇다치더라도 저 사람은 긴장 좀 했어야 되는것 아냐?? 참 심하게 하고 나왔군"
나의 외모 상태는 전혀 모른채 오만하게 그리 생각하면서요
그러다 상대가 또 만나자고 하길래 저도 주말에 시간이 남아도는지라 그러겠다고 했죠
그렇게 저희 부부의 연애같지 않은 연애는 시작되었고 우연찮게 남편이 술을 좀 마신후 노래방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리곤 혼신을 다해서 열창한 노래가 바로

~선녀와 나무꾼~
이었어요

난 뭔가??? 하고 들었죠
실은 노래방에서 처음 들었거든요
요노래를 난생 처음이요

맨 마지막 가사의 구절이

선녀를 찾아주세요 나무꾼의 그얘기가
사랑을 잃은 이내가슴에 아련히 젖어오네요

였는데
갑자기 남편이 그러더라구

"내 선녀가 되어줄래?
하는 겁니다

'어라 이런 ..... '
몇번 안 만났는데 아니 벌써 프로포즈를
'어쩌나?????'

저두 모르게
"어.....어............"

단지 그랬을 뿐인데 남편에게 긍정의 대답이 되어버렸고
지금도 노래방을 가거나 술이 좀 들어가는 명절이 오면 요 노래를 불러댑니다

은근 제 자신이 선녀가 된듯 싶어 마흔이 넘어선 나이에도 우쭐해지네요




신청곡
김창남 - 선녀와 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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