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아내의 노래
최우성
2015.02.15
조회 158
[설특집] 아내의 노래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녀온다고 한 날이었죠.
퇴근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갔더니,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빠, 대박이야, 엄마 동영상..완죤 대박...”

숨 넘어갈 듯, 말하는 딸아이의 애기를 정리해보니,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들과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 애기였습니다.

밴드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러 간다기에 내심 못마땅했습니다.
자기사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있으며 소위 잘나가는 동창들을,
그것도 강남까지 가서 만난다니..
술도 못먹으면서 굳이 의정부에서 강남까지
갈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었죠.
초등학교 남녀동창회 술모임이 갖는 부정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1차는 거나하게 술을 먹고, 2차는 노래방에 갔다고 합니다.
아내는 술도 안먹고 재미없다며, 동창들이 노래를 하라고 권했는데,
아내가 부른 노래는 ‘아기염소’ 였습니다.

현란한 노래방 조명아래에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초등시절로 돌아간 듯 순수한 모습의 동요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하도 어이없어 하는 동창들이 촬영해서 올린 것을 보고,
딸이 웃겨서 죽겠다고 합니다.

제가 보여달라고 해도 저에겐 안보여 주네요.
어쨌든 그때부터 이 노래는 아내의 노래이자,
아내를 놀리는 노래, 가족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딸아이의 반주에 맞추어 불러보고 싶어
사연을 올립니다.

아기염소,

노래 한번 불러주세요...^^

[아기 염소]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얼굴로

빗방울이 뚝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엄마찾아 음메~~아빠 찾아 음메~~
울상을 짓다가

해가 반짝 곱게 피어나면
너무나 기다렸나봐

폴짝폴짝 콩콩콩
흔들흔들 콩콩콩
신나는 아기염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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