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신혼여행 때의 추억에 잠겨 앨범을 하나 하나 보고 있는데, 맨 끝장에서 만원짜리 3장이 나왔어요. 아니 이 남자가 이런식으로 비상금을 감추다니! 괘씸하고 실망스러우면서도 겨우 3만원이라는 사실에 남편이 째째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어쨌든 이런 버릇 다시는 못하게 해야겠다 생각하곤 그 돈으로 쇠고기와 비싼 영광굴비도 사서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저녁 잘 먹고나니 옛 생각의 여유도 생기는지 남편이 예날 앨범을 보자는 게 아니겠어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지만 내가 꿀릴게 뭐 있다고!
앨범을 다시 꺼내 남편과 함께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데, 다 보고난 남편이 깜짝 놀라며,
"이봐 여기 넣어두었던 3만원이 없어졌잖아. 어디갔어?"
나는 속으로 찔끔했지만 아주 태연한척,
"왜요? 아까 불고기랑 굴비구이 포식 했잖아요? 그게 그 돈이예요."
"뭐라구? 그게 어떤 돈인데 , 어이구 돈이라면 사죽을 못쓰지"
"왜요? 당신 언제부터 나몰래 비상금 감추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쫌스럽게 3만원이 뭐예요? 치사하긴."
그러자 남편이 한심하다는 듯 이런다.
그 돈은 내가 맨 처음 당신을 집에 데려다 주던 날,당신이 나한테 택시 타고 가라며 준 돈이야"
"..........."
그 날 이후 남편은 두고두고 마음속에 새겨두고 기념하고 싶어 그 곳에 보관해 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빨리 현실에 동화되는 속물인가 봅니다.
신청곡은 <김연우 >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2015년 2월 23일(월)에 선곡 해 주시면 남편과 남편과 함께 하곘습니다.안녕히계세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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