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보고싶은 그얼굴
홍연주
2015.03.10
조회 215
그때는 없다는 사실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그리 부끄럽지는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없는사람이 부족한 사람이 더 많던 때 였으니까요. 일찍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아버지를 버린 자식으로 여기고 엄마와 우리 네자매를 키워주신 우리할머니. 워낙 손이 크셨던 할머니는 지나가는 배고픈 사람을 그냥 보내시는 일이 없으셨고 하숙을 하시면서 하숙비를 못받아도 재워주고 밥을 주셨습니다. 이유없이 계절만 바뀌면 감기를 호되게 앓던 우리 네자매에게 병원에서 지어주는 약보다 더 잘듣는 약은 바로 할머니가 가마솥에 만들어주신 녹두죽과 밥국시기 그리고 밤새도록 이마에 얹혀있던 할머니의 손이었습니다. 신김치에 콩나물과 밥을 넣고 흐물거리도록 끓여주면 되는 밥국시기........지금도 감기도 몸이 아프면 그때먹던 그맛이 얼마나 그리운지 그리고 할머니의 손.....그 따뜻하던 손길은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삶이 지칠때마다 그리워 지곤합니다. 작은것 하나를 얻으려고 해도 기다리고 참아야하던 그때 과자가 먹고 싶었던 작은 언니가 집에 있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줌 고물장사에게 내어주고 과자를 사먹던날 그 순한 양같던 할머니는 화가 나셔서 우리들을 대문밖으로 내쫒으시고는 맛난 김치수제비를 끓여주시며 용서해 주셨습니다. 지금 만약 죽은 사람을 딱한번 딱한명 만날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리 할머니를 꼭 보고 싶습니다. 네자매를 키우느라 종일 일을 하셔야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우리를 돌봐주시던 하루종일 바쁘시던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그노래는 아직도 귀에 선합니다. 개나리처녀.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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