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보배를 알아본다
홍경석
2015.04.02
조회 47
작년에 손위인 딸보다 아래인 아들을 먼저 결혼시킨 직장의 상사분이 계십니다. 사석에선 제가 “형님”이라고 호칭하죠. 이런 ‘절친’의 연장선상에서 어제도 같이 주간근무를 한 뒤엔 지하철 대전역에서 내려 전통시장에 갔습니다.

그리곤 단골인 소머리 국밥 전문 식당에 들어섰죠. 술을 못 하시는 분이라서 소주는 저만 먹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소위 코드가 맞는 까닭에 하고자 하는 말은 다 나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말문을 열었죠.

“이제 열흘 후면 예비사위가 저희 집을 처음 찾아옵니다. 그래서 여쭙는 건데 형님께선 사위, 아니 참~ 며느리를 먼저 보셨잖아요? 하긴 뭐 사위나 며느리나 피장파장이지만요. 하여간 앞으로 우리 식구가 될 사람이 오면 뭣부터 해야 되나요?” 그러자 ‘형님’께선 최우선으로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라는 조언을 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혼해선 반드시 백년해로 하겠노라는......” “그야 당연하죠! 한데 그 친구는 굳이 그런 말을 안 해도 알아서 분명히, 그리고 충분히 그리 하고도 남을 듯 싶습니다. 왜냐면 그 친구는 제가 보기에도 보배거든요. 제 얘긴 이 정도로만 하고 이번엔 형님도 말씀 좀 하세요. 교사라는 며느리 자랑도 좋고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형님의 입은 마치 봇물 터진 저수지 그 이상으로 급변하더군요. “내 아들이 가장 안정적 직업이라는 ‘선생님’하고 결혼하게 된 이유는 우선 직장이 탄탄한 때문이었지.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공사에 아들이 들어간 건 어쩌면 천우신조(天佑神助)와도 같았거든. 20명을 뽑는데 자그마치 2만 명이나 구름처럼 몰려왔다고 하니 그렇다면 경쟁률이 어찌 되겠나?”

“와~ 그럼 자그마치 1000대 1이네요! 정말 대단한 아드님입니다!!” 그러자 이어진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내 아들이 더욱 대견한 건, 자네처럼 아이들이 명문대나 일류대를 나온 게 아니라 소위 ‘지잡대’라고 하는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합격했다는 사실이라네!” 대저 한국인 치고 자식자랑처럼 삶의 기쁨과 위로까지 돠는 ‘장르’는 없는 법입니다.

아울러 그럴 때는 박자를 더욱 맞춰주는 것이 예의이며 또한 어떤 의리라고 믿는 터죠. 그래서 저는 비나리(남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함)치듯 일보 전진한, 그러면서도 실은 타당한 얘길 첨언했습니다.

“모름지기 그처럼 공사에서 면접관으로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프로일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보배를 알아보는 예리한 눈을 지니고 있지요. 또한 면접장에 들어선 입사지원자들 역시도 늘품성(앞으로 좋게 될 품성)은 첫눈에 드러나게 돼 있는 것이기에 형님의 아드님처럼 튼실한 겉볼안(겉을 보면 속은 안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을 면접관들이 간파했기에 그 어렵다는 직장에도 거뜬히 들어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의 말에 형님께선 제 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주셨습니다. 입은 어느새 귀에 가서 붙으셨더군요. 그래서 역시나 칭찬은 좋은 것이라고 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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