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쟁이 아들의 참회록
정범래
2015.05.08
조회 30
강원도 정선에서 사시다가 4년전 아버지께서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작년 남원으로 이사해 홀로 사시는 어머님이 지난달 방에서 넘어져 왼쪽 어께의 회전근개가 파열되셨습니다.

몇 해 전에도 오른쪽 어께 회전근개가 끊어져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셨고 허리수술에 담낭제거술, 갑상선 제거수술등 많은 수술을 하셨는데 또 수술을 하게 되셨으니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
부랴부랴 어머님을 모시고 와서 입원시키고 수술을 하고 한시름 돌렸다 했더니 어머님의 걷는 것이 영 불편해 보여 여쭈어보니 양쪽 무릅이 아프다고 하시길래 양쪽 무릅MRI를 촬영했어요.
MRI영상을 보니 양쪽무릅의 연골이 많이 손상되었더라구요. 그래서 입원하신 김에 양쪽무릅 관절경수술을 해 드렸습니다.

또 작년 눈썹이 눈을 찔러 쌍수를 했는데도 또 증상이 재발, 이번에 입원하신 김에 재수술까지 다 하신 후 한 달 정도를 입원하고 계셨는데. . . 퇴원하겠다고 하도 성화를 하셔서 어린이날 퇴원날자를 잡았거든요 그런데 퇴원 전 날, 어머니로부터 제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수술을 여러 곳 해서 내가 경제적인 부담이 될거라며 미안하다고 하시며. . .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당당하게 수술받으시고 가지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 내게 요구를 했던 분이 이젠 늙으셨는지 이번에는 제가 병실에 올라가거나 병원에서 볼 때마다 미안하다고 하시고 계속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거든요.

어머님께 용돈도 풍족하게 못 드리고 어머님 호주머니 사정을 뻔히 아는데 제가 어떻게 어머니에게 돈을 받겠어요?
그래서 계속 놔두라고 제가 다 낼 것이라고 하고 못 들은 척 했더니 퇴원 전 날 일하고 있는데 휠체어를 끌고 병원앞 은행을 들러 제가 근무하는 1층까지 내려오셔서 봉투를 내미시더군요
열어보니 10만원권 수표 10장, 100만원이 들어있었어요
"이게뭐냐"고 물으니 얼마 안되지만 당신 수술비, 입원비 내는데에 보태라며 당신이 여기저기 많이 아퍼서 큰 아들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제가 버럭 화를 냈습니다.

"아. . .쫌. . 누가 엄마한테 돈 달라고 했냐"고. . .
"좀 제발 고집 그만 피우고 아프지나 말라"고 . . .

퇴원한 어머니를 남원 시골집에 모셔다 드리고 밭에 고구마 심고 거실과 안방에 폼블럭 부치고 집안 정리 좀 해드리고 혼자 올라오는 길에 편찮으신 어머니한테 버럭 화를 낸 내 자신이 밉고 어머니께 죄송스럽더라구요.

요즘은 어머니랑 함께 있으면 왜 그리 답답하고 화만 버럭버럭 내는지. .ㅠㅠ 저도 모르겠네요

어머니. . .화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엄마. .
큰아들이 엄마 많이 좋아하는 것 알지?
안화순여사 사랑해요. . 아주 많이 많이요. .

ㅡ 엄마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 심연옥( 한강) 신청드려요
엄마 이 노래 들으시고 버럭한 싸가지없는 아들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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