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수선화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수선화를 보면 아내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못 지나치고 꼭 사진을 찍어 보냅니다.
아내는 꿈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서 집이 망해 가족들 빚쟁이 피해 흩어지고
아내는 연탄광과 물차는 반지하에서
10대와 20대의 반반을 살았습니다.
40대 중반인 지금,
자기 꿈과 열정을 못 견뎌
데생 책 빌려다 독학을 합니다.
학원비 아깝다고.
때론 농담처럼 말합니다.
"나 디지털피아노 사줘! 사줘어!!"
알아보니 비싸더군요.
그러니 애교 섞인 농담이 되는 거겠죠.
아내는 무대 딸린 카페도 갖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서서 노래할 곳.
처음 본 요리도 척척 만들어내고
은행원 뺨치게 계산기 두드리면서
예술적 재능에 친화력까지 좋은 아내.
그런 아내가 저랑 삽니다.
늘 아슬아슬한 가계부와 함께.
얼마나 갑갑할까요.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가
백치 아다다입니다.
젊을 때부터 불렀다고 하더군요.
가사를 가만히 듣다 보면
우연히 본 아내의 옛 일기장 속 못다 한 사랑 이야기와
너무 힘들어 차마 다른 생각까지 했다던 내용이 겹칩니다.
어쩌다 다투고 나면
가슴에 묻고 사는 아내인 걸 떠올리고
잠시 미웠던 감정이 어느덧 애틋한 감정이 되어
명치 끝이 찌르르합니다.
냉가슴, 말 못하는 아다다.
하얀 수선화를 아닌 척 품고 사는 아내.
문주란, <백치 아다다> 신청합니다.
초여름 산들바람 고운 볼에 스칠 때~
(내가 주말에 오무라이스에 미역오이냉국 만들어줄게^^)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