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마소에 약한 게 여자
조수미
2015.06.15
조회 34
뚜렷한 이상형이 없었던 저는 항상 빛 좋은 봄이든 옆구리가 썰렁한 겨울이든 친구들의 들러리 서주기가 일쑤였죠. 그러던 어느 날 입이 떠억 벌어지는 남자가 나타난 거예요.
평소에 신승훈 씨의 만년 펜이던 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신승훈 같은 남자만 나타나면 당장 시집가겠다." 했는데 정말 나타난 거예요. 신승훈 씨하고 많이 닮기는 했지만 키느 185cm에, 이목구비도 더 뚜렷한 게 이 남자다 싶더라구요.(승훈이 오빠 미안해요).
아느 오빠의 소개로 얘기를 해 봤더니 마마보이가 판치는 요즘 보기드문 자립남인 거 있죠? 저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 남자도 저 한테 관심이 있어서 저희는 자연스럽게 연인사이가 됐죠. 그런데 문제의 시작은 사귄지 몇 년이 지나 오래된 연인사이가 돼서 서로 결혼 상대자로 확신을 가진 그때부터예요.
한 번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돈 많이 벌어 놔야지." 하더라구요.그래서 저는 제가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건가 해서 "왜?" 했더니 "네가 돈을 많이 벌어 놔야 내가 숟가락만 가지고 장가를 가지." 전 한마디 대답도 못하고 그냔 멍하니 쳐다맘 봈죠.
또 한번은 같이 백화점 쇼핑을 하다가 제가 "난 다른 건 몰라도 침대 냉장고 TV는 큰 걸로 사가지고 결혼할 거다." 했더니 저한테 한다는 말이 "그래? 그럼 이러면 되겠네. 난 방 하나 얻을 능력뿐이니까 우선 침대를 들여놓고, 잘때 TV는 내가 들고 자고 냉장고는 TV보다 무거우니까 내가 들고 자면 되지?" 나 원참 세상에, 제가 이 철없는 남자를 믿어야 하나요?
이러다가도 남이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떴다 슈퍼맨 났다 정의의 시민 이예요. 남의 일을 해결해서 뒷마무리까지 해주는 걸 보면 남자하난 잘만났다 하다가도 바퀴벌레 한 마리도 못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걸 보면 믿어도 되는건지.......,
며칠 전엔 하도 속이 상해서 이 남자를 앞에다 앉혀 놓고 하소연을 하능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여자 눈물에 이기는 남자 없다고 했으니까 이젠 좀 나아지겠지, 했는데 심각하게 절 바라보다가 이 남자 한다는 말이 "눈물 짜지?" "으의구! 그럼 눈물이 짜지, 다냐?"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나가려고 하느네 제 손목을 덥석 잡더니 그 특유의 어린애 같은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미소로 "사랑해" 하느 거예요.
에고~누가 그랬던가, 남자의 미소에 약한 것이 여자라고.
저를 녹이는 그 미소때문에 전 오늘도 또다시 설마하는 기대를 갖고 약속장소로 가고 있을 거예요.
신청곡은 <이선희>의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을 6월18일(목)에 들려주시면 남자친구 <유재성>과 함께하겠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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