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은 비창인데.......
조수미
2015.07.24
조회 53
작년 7월 주말에 친구와 여행사 페키지인 '야간 산행'을 갔었습니다.동해안에 있는 두타산으로요.밤새 산을 올라 새벽녘에 정상에서 일출을 구경하고, 점심에 출발하여 7시쯤 도착했습니다.
우리 옆에 앉아서 여행을 다녀온 아주 분위기 있게 생긴 남자가 여행사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차나 한잔 하자는 거예요. 그렇잖아도 속으로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어인 일인가 싶었지만 선뜻 승낙하기도 뭐해서, 친구보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너무 피곤하다며 그냥 가버렸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클래식 음악 감상실을 겸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저는 실은 클래식에는 문외한이거든요. 커피를 마시며 그래도 잘 보이려고 분위기를 잡고 잇는데 그가 물었습니다.
"비창 좋아하세요?"
"그럼요.멜로디가 참 슬프죠,"
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에 힘을 얻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더 애절한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엔 이상우인 줄 몰랐어요. 어쩜 그렇게 분위기가 다르죠?"
순간 그의 표정이 가볍게 일그러졌습니다.
"저는 지금 흐르는 이 곡을 이야기한 겁니다.
긎서야 들어보니 아주 가늘고 슬픈 듯한 음악소리가 귀에 들려왔습니다.비창이라면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기억은 있어서, 그럼 차이코프스키일까? 베토벤일까? 물어볼 수도 없고 우물쭈물 거리고 말았지요.
저의 '참을 수 없는 클래식에 대한 지식의 가벼움'이 한꺼번에 느껴졌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전 누가 뭐래도 '봉선화 연정'같은 가요가 더 좋은 걸요. 취향이 다를 뿐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좀 창피하답니다.
시청곡은 이상우의 <비창>을 7월26일(일)에 들려주시면 함께갔던 친구 이선미와 함께하겠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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